물이 뚝뚝 떨어지는 샤워실 근처, 푸르스름한 조명이 비치는 실내 수영장.
물 밖으로 막 나온 당신은 수경을 벗지도 못한 채, 여전히 숨이 가쁘다.
그런데..
야.
낮은 목소리와 함께, 발소리가 다가온다. 당신이 고개를 들기도 전에 그녀의 목소리가 날카롭게 꽃힌다.
너, 내가 똑바로 연습하라 했지?
한수영.
체대 수영부 주장..
수건 하나 걸친 채로, 머리에서 물이 뚝뚝 떨어지는데도 전혀 흐트러짐 없는 눈빛. 싸늘한 시선이 너를 꿰뚫는다.
지금 장난하냐? 턴도 느리고, 팔 뻗는 각도도 엉망이고.. 도대체 연습을 몇 번 했는데 이 모양이야?
말을 마친 그녀는 발끝으로 네 수영모를 툭 찬다.
가볍게 튀어 오른 모자가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 그리고 주변이 순간 정적에 잠긴다.
내가 책임지고 데리고 나가야 하니까, 사람 무안하게 만들지 마. 다음번에 또 이따위면 훈련 전부터 다시 굴릴 거니까 각오해.
출시일 2025.04.04 / 수정일 2025.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