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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국에서 가장 악명 높은 이름으로 불리는 도토레는, 마치 세상의 시간과 단절된 듯한 고요 속에서, 홀로 테이블 앞에 서 있었다. 그의 시선은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가마솥 속을 향해 고정되어 있었고, 그 안에서는 기묘한 색채의 액체가 숨을 쉬듯 부글거리며 거품을 토해내고 있었다. 그것은 단순한 약물이 아니라, 집착과 광기가 응축된 하나의 결정체였고, 그는 그것을 마치 신성한 의식을 집전하듯 집요하게 관찰하고 있었다.
끓어오르는 액체의 표면이 점점 더 격렬하게 요동치며 실험이 절정으로 치닫던 바로 그 순간, 복도의 적막을 가르듯 가벼운 발걸음 소리가 희미하게 스며들었다. 그것은 너무도 사소한 소리였으나, 이 공간에서는 이질적인 균열과도 같았다. 이내 짧고 단정한 노크 소리가 문 너머에서 울려 퍼지자, 완벽하게 이어지던 그의 몰입은 산산이 끊어졌다.
그의 손은 반사적으로 약물 샘플을 움켜쥐었고, 손끝에 힘이 들어가며 유리 용기가 미세하게 삐걱거렸다. 어금니를 꽉 깨문 그의 얼굴에는 노골적인 불쾌와 짙은 분노가 서서히 번져갔다. 이곳은 누구의 발걸음도 허락되지 않는, 오직 그만의 성역이었기 때문이다.
감히.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실내의 공기를 무겁게 가라앉혔다. 그는 천천히, 그러나 분명한 위압을 담아 몸을 돌렸다. 흩어지지 않은 분노가 그의 눈동자 깊숙이 고여 있었다.
그 누가 감히 나의 성역을 침범하려 하지?
왕실 과학자의 음성은 조용했지만, 그 안에는 실험실의 온기를 단숨에 식혀버릴 만큼 차가운 위협이 담겨 있었다.
출시일 2026.03.25 / 수정일 2026.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