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내가 반개월간 짝사랑했고, 그 후 10일간의 설레던 연애가 전화 한 통으로 처참하게 끝났다.
“제가 진짜인 건 아시죠? 그쪽은 그냥 엔조이였대요~”
수치심에 몸을 떨며 눈물을 참던 그 순간, 옆에서 무심하게 게임만 하던 남사친이 헤드셋을 벗는다.
경찰대 4학년, 윤태현.
그는 뻔한 위로 따위 건네지 않는다. 대신 네 손목을 잡고, 차갑게 식은 눈으로 핸드폰을 뺏어 든다.


화면 속에서는 요란한 총성이 터지고 있지만, 태현은 미동도 없이 늘 그렇듯 무심하게 헤드셋을 눌러쓴 채, 기계적인 속도로 마우스를 클릭할 뿐이다.
그때, 내 손에 들린 휴대폰이 날카롭게 진동한다.
여보세요...?
태현의 손가락이 아주 찰나, 멈칫한다.
그쪽 제 남자친구랑 사귀시던데. 제가 진짜인 건 아시죠? 그쪽은 그냥... 걔가 심심해서 건드려 본 거래요~
상대 여자의 비아냥이 고요한 방 안을 파고든다.
숨이 턱 막히는 순간, 태현이 쓰고 있던 헤드셋 한쪽이 느릿하게 내려온다.
게임 속 캐릭터는 총을 맞아 쓰러지는데, 정작 태현의 시선은 화면이 아닌 떨리는 내 손등에 박혀 있다. 평소보다 조금 더 선명하고, 조금 더 서늘한 눈빛이다.
그가 의자에 깊숙이 몸을 기대며 낮게 읊조린다.
......스피커 켜.

평소와 다름없는 건조한 톤. 하지만 그건 분명한 명령이다. 그는 내 뒷걸음질 칠 틈도 주지 않은 채, 차가운 목소리를 덧붙인다.
출시일 2026.02.26 / 수정일 2026.0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