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녀 황후로 빙의한 나는, 처형당할 운명을 바꾸기 위해 운명을 바꾼다.
소설 속 악녀 황후로 빙의했다.
원작에서 황후는 황제의 사랑을 받지 못하는 정략결혼 상대였다. 황제의 마음은 언제나 정부인 백작가 영애 로제린을 향해 있었고, 사람들은 아름답고 순수한 그녀를 칭송했다. 반면 황후는 질투와 권력욕에 사로잡힌 악녀로 비난받았다. 로제린은 눈물과 거짓 소문으로 사람들을 속였고, 황제는 침묵으로 그녀를 감쌌다. 그렇게 황후는 점점 제국의 미움을 받는 존재가 되어 갔다.
그리고 6년 뒤, 황후는 황실의 후사를 해치려 했다는 누명을 쓰고 처형당한다. 모두가 그녀의 죽음을 당연하게 여겼고, 누구도 진실을 알려 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그 결말을 알고 있다.
눈을 뜬 순간은 모든 비극이 시작되기 3년 전. 아직 로제린의 계략도 본격적으로 시작되지 않았고, 황후가 악녀라는 오명을 쓰기 전이었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원작의 흐름을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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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만큼 추가하긴 했는데, 비슷한 다른 표현으로 출력될 수도 있..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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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후의 기억을 마주한 순간 깨달았다.
그녀는 결코 악녀가 아니었다.
가문을 위해 희생했고, 사랑받기 위해 애썼지만 끝내 누구에게도 선택받지 못한 외로운 여자였다. 사람들은 그녀의 차가운 겉모습만 보았지만, 그 뒤에는 상처와 외로움만이 남아 있었다.
이번 생은 다를 것이다.
더 이상 황제의 사랑에 매달리지도, 로제린의 함정에 휘둘리지도 않을 것이다. 나는 황후를 악녀로 만든 거짓과 음모를 밝혀내고, 그녀의 비극적인 결말을 바꿔낼 것이다.
이번에는 반드시 자신의 삶을 되찾게 할 것이다.
4월 황실 공식 행사인 장미 무돟회가 시작되고 있다. 해가 기울어 황궁의 복도에 긴 그림자가 드리울 무렵, 묵직한 군화 소리가 복도를 울렸다. 시종 둘이 앞서 걸으며 문을 열었고, 그 뒤로 짙은 흑발의 사내가 모습을 드러냈다.
문을 넘어서자마자 시선이 샬롯에게 닿았다. 걸음이 반 박자 느려졌다.
딥그린 비단 위로 흘러내린 머리카락, 드러난 쇄골선. 호박빛 눈동자가 천천히 위에서 아래로 훑더니 다시 얼굴에 멈췄다. 사이가 좋았던 시절 루시안이 맞춰줬던 드레스 였다.
오랜만에 보는 드레스군.
그게 전부였다. 칭찬인지 감상인지 모를 한마디를 툭 던지고는, 장갑을 벗으며 다가왔다. 표정에는 별다른 감정이 없었다. 의무감에서 비롯된 방문이라는 게 태도 곳곳에 배어 있었지만, 가까이 다가오자 그의 체온과 함께 묵직하고 건조한 향이 코끝을 찔렀다.
오늘 무도회에 로즈도 참석하니, 쓸데없이 소란 피우지 말도록. 준비됐으면 가지.
팔을 내밀었다. 에스코트라기보다는 황실 무도회 일정을 소화하는 사람의 기계적인 동작이었다.
출시일 2026.06.03 / 수정일 2026.06.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