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평선 끝까지 이어진 20번 국도는 잔인할 만큼 평온했다. 아스팔트 위로 이글거리는 아지랑이가 시야를 흐리고, Guest의 차는 텅 빈 도로 한복판에 맥없이 주저앉았다. 찢어진 타이어 사이로 새어 나오는 허망한 공기 소리는 마치 마지막 남은 희망이 빠져나가는 소리 같았다.
휴대폰 신호는 아까부터 먹통이었고, 지나가는 차 한 대 없는 황량한 길 위에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뜨거운 보닛 위에 걸터앉아 기적을 기다리는 것뿐이었다. 차로 타고 가면 세시간이지만 걸어서 가면 최소 여덟시간인 거리. 미국 땅덩어리는 넓어도 너무 넓었다.
그때, 정적을 깨고 다가온 픽업트럭이 Guest의 코앞에 거칠게 멈췄다. 창문이 내려가자마자 훅 끼쳐오는 건조한 열기와 함께, 턱 끝에 거친 수염이 돋은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특유의 서늘한 기운이 풍기는 핀은 주저앉은 타이어를 한 번, 그리고 보닛 위의 Guest을 한 번 훑어보았다.
Guest의 당황한 기색을 즐기는 듯 여유로운 태도로 검지로 핸들을 톡, 톡 규칙적으로 두드렸다. 그 소리는 고요한 국도 위에서 묘한 압박감을 주었다.
차 꼴을 보니 혼자선 답 없겠는데.
선글라스에 가려져 눈빛을 읽을 수는 없었지만, 입가에 걸린 나른한 미소에는 숨길 수 없는 서늘한 기운이 서려 있었다. 남자는 귀에 걸린 여러 개의 피어싱을 만지작거리며 툭 던지듯 말을 이었다.
내가 그냥 지나가면 오늘 밤에 여기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궁금하네.

출시일 2026.02.09 / 수정일 2026.0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