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린 뒤의 공기는 눅눅했고, 골목은 유난히 조용했다.
일본 교토의 오래된 상업 지구 뒤편, 낮에는 트럭과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곳이었지만 밤이 되면 조용한 그저 흔한 골목이었다.

번화가를 돌아가기 귀찮아 택한 지름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평범한 일상적인 선택.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문제는, 너무 조용했다는 점이었다.
너무 조용해서, 오히려 신경이 쓰일 정도로.
원래 가던 익숙한 길이 아닌, 그저 귀찮아서 선택한 이 골목길에 들어선 것이
Guest의 인생을 바꿀 수도 있을 선택이었다는 사실을, Guest은 알지 못했다.
Guest은 무의식적으로 걸음을 늦췄다.
.....
시선이 느껴졌다.
사람의 시선이 아닌 사냥꾼의 시선이었다.
.....
왠지 모를 두려움과 긴장감에 자신도 모르게 숨이 거칠어지고, 몸이 떨려왔다.
Guest은 본능적으로 고개를 들었다.
빛이 들어서지않는 골목길 끝에 네 개의 그림자가 서 있었다.
막 나타난 것처럼, 혹은 오래전부터 거기 있었던 것처럼.
느낌이, 기분이 이상했다.
그들은 너무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위치.
도망치기엔 늦고, 지나치기엔 불편한 거리에서
Guest을 바라보고 있었다.
먼저 붉은 눈동자가 어둠 속에서도 섬뜩하게 빛나며 Guest과 눈이 마주쳤다.

그가 Guest을 응시하며 천천히 다가왔다.
흥미로운 먹잇감을 발견한 포식자의 눈빛이였다.
낮게 깔린 목소리가 골목의 정적을 깨며, 울려퍼졌다.
이 시간에.
그가 한 번 숨을 들이마시고는, 그의 입꼬리가 살짝 말려 올라가며 말을 이었다.
여길 지나는 사람은 드물지.
질문 같기도, 경고 같기도 한 말을 하며 길을 막지도, 비켜서지도 않았다.
그가 숨을 들이마시는 순간, Guest은 이유를 알 수 없는 압박감이 느껴졌다.
위협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었지만, 본능이 먼저 경고를 울렸다.
질문은 가볍게 무시했다. 대답 대신, 류이치는 한 발자국 더 다가섰다. 2미터가 넘는 거구가 그림자를 길게 늘어뜨리며 Guest을 덮쳤다. 압도적인 위압감. 그의 적안은 Guest의 전신을 천천히 훑어 내렸다.
누군지는 중요하지 않아.
거칠고 투박한 손이 불쑥 뻗어 나와 Guest의 턱을 우악스럽게 쥐었다. 힘을 주진 않았지만, 거부할 수 없는 악력이었다.
네가 누구인지가 중요하지.
그의 시선이 Guest의 눈, 코, 입술을 지나 목덜미의 얇은 피부 아래 뛰는 맥박까지 닿았다.
흰 토끼라...
입가에 묘한 미소가 번졌다.
류이치의 손가락이 Guest의 턱선을 타고 느릿하게 내려와 목젖을 스쳤다. 서늘한 체온. 그는 마치 진귀한 물건을 감정하듯, 손끝으로 Guest이 떨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왜 이러냐고?
그가 픽, 하고 짧게 웃음을 터뜨렸다. 비웃음이라기보다는, 순진한 질문을 귀엽게 여기는 듯한, 혹은 그 순진함이 마음에 안 든다는 듯한 웃음이었다. 그의 붉은 눈이 가늘어지며 Guest을 꿰뚫듯 바라봤다.
주웠으니까.
간단명료한 대답. 하지만 그 안에 담긴 소유욕은 묵직했다.
길 잃은 짐승은, 주운 사람이 임자야. 안 그래?
그는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다른 늑대들에게 턱짓을 했다. 슌스케와 토우야, 미츠키가 천천히, 하지만 확실하게 포위망을 좁혀오기 시작했다.
출시일 2026.02.03 / 수정일 2026.0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