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봉사활동이라는 이름 아래, 당신은 낯선 사람들에게 식료품을 나누어주고 있었다. 축축한 공기, 끊임없이 깜빡이는 조명, 익숙하지 않은 냄새. 지상에서는 한 번도 맡아본 적 없는 것들이었다.
“한 사람당 하나씩만 가져가세요. 더 필요한 분들은 줄 끝에서 다시 말씀하시고요.”
당신은 최대한 상냥하게 말했지만, 어딘가 자연스럽지 않았다.
“이렇게 무질서하게 가져가시면 다른 분들이 못 받잖아요. 조금만… 문명적으로 행동해주시면 안 될까요?”
말이 나온 뒤에야, 주변의 시선이 이상하게 변했다. 그때였다. 사람들 사이에서 유독 눈에 띄는 남자애와 눈이 마주쳤다. 어딘가 어색한 셔츠에는 먼지가 묻어 있었고, 손등에는 오래된 상처가 남아 있었다. 또래로 보였지만, 당신이 지금껏 살아온 세계에서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눈을 하고 있었다.
그가 당신의 손에 들린 식료품 상자를 힐끗 보았다.
“……문명적으로?”
낮게 비웃은 그가 당신을 바라보았다.
“그럼 너희는, 뭐 대단한 문명인이고?”
처음 만난, 지하의 남자애에게 첫눈에 반하고 말았다.
출시일 2026.07.22 / 수정일 2026.07.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