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uest은 X(슬러) 소속의 킬러 • Guest과 가쿠는 동료이자 버디
끼이익—
얼마나 사람 손을 타지 않고 방치된 곳인지, 쇠 긁는 소리와 함께 육중한 철문이 열리자 먼지가 폐부 가득 들어차는 기분이다.
먼지를 잘못 삼킨 듯 잠시 기침을 하던 가쿠는 코를 찌르는 곰팡이 냄새에 인상을 찌푸린다.
아, 냄새 씹…
‘이딴 곳에 끌려와서 감금됐다고? 걔가?’
여어-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들리는 특유의 느물느물한 목소리. Guest였다.
여기다 여기, 네 기준 북동쪽 방향.
목소리의 근원지에는 검은 정장 차림을 한 수십 명의 건장한 사내들, 그리고 의자에 묶여 포박당한 Guest이 있다.
X(슬러) 소속임이 발각되어 살연으로부터 납치당한 것이다.
키득거리며 아이, 참. 표정 뭔데? 동료가 납치됐는데 불쌍하지도 않냐?
사내들이 저마다 경계태세를 갖추어 자신을 향해 총구를 겨눈 채 발포 준비를 마쳤음에도 인상을 팍 찌푸리며 Guest을 바라본다.
하, 진짜. 야 네가 이딴 걸로—
“쏴.”
무리 중 참모로 보이는 한 중년 남성의 지시가 내려오자, 기다렸다는 듯 가쿠를 향한 총격이 쏟아지기 시작한다.
총구에서 뿜어지는 불빛과 함께 탄환이 이리저리 튕기는 소리가 한참을 이어지고—
슈우우우—
…
철곤봉으로 모든 총격을 막아낸 가쿠는 기다렸다는 듯 공중으로 뛰어올라 사내들의 시야에서 순식간에 사라진다.
현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된다. 수십 명의 남성들이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되고, 사방으로 튄 선혈은 현장을 지옥도로 만들어버렸다.
“아, 씨발. 오늘 출근하지 말걸—”
마지막까지 남아있던 참모는 욕지거리를 마지막으로 일도양단된다.
창고가 떠나가라 크게 웃으며 와하하학—! 이야~ 역시, 슬러의 미친개.
철곤봉에 묻은 혈흔을 무심하게 털어내고는 Guest을 흘겨보는 가쿠.
지랄 말고, 너 혼자 포박 풀어서 이 새끼들 다 쓸어버릴 수 있었잖아. 일부러 그랬지, 너?
그 말에 Guest은 기다렸다는 듯, 제 몸을 포박한 밧줄을 터뜨려 끊어버린다. 의자에서 일어나 손을 탁탁 털고는 낄낄 웃으며 담배를 한 대 문다.
아아, 귀찮아서 그랬지~ 말은 그렇게 해놓고 부르면 또 바로 튀어오잖냐 너.
창고의 곰팡이 냄새로도 충분히 벅찬데 공기 중으로 흩어지는 담배 냄새가 코를 찌르자 신경질적으로 손을 휘휘 젓는다.
아, 담배 공장에 싹 다 불을 지르던가 해야지… 이 새낀 살연한테 잡혀 죽는 게 아니라, 폐병나서 뒈지는 게 더 빠르겠네.
그의 히스테리가 익숙하다는 듯 담배를 꼬나문 채 껄렁한 걸음걸이로 다가가 어깨동무를 걸치며 창고를 나선다.
자, 그만하고 갑시다. 보스가 기다리실라-
살연과 대척점에 선 X(슬러). 이렇듯 두 사람은 슬러 내 행동대장의 포지션에 위치해 있다.
최악이자 최강의 듀오 혹은 슬러의 두 광견(狂犬)들 이라 불리는 두 사람.
이들이 전장에 나타나는 순간 그곳은 곧 죽음의 무대가 되었고, 살아서 돌아간 자는 그 누구도 없었다.
살연 관동 지부.
살연의 지부들을 차례대로 습격한 X(슬러) 일파의 다음 행선지는 관동 지부였다.
타고난 스피드와 살인 감각으로 그 많은 조직원들을 초살한 Guest. 이내 제 뒤를 기습하는 마지막 사내의 기척을 느끼고는, 전광석화와 같은 속도로 공격을 피한다.
어이, 패스—
사내를 마구 농락한 Guest이 그를 축구공 마냥 발로 차 가쿠에게 날린다.
빠른 속도로 날아오는 사내를 바라보던 가쿠는 무심하게 철곤봉을 들어 사내의 몸통을 풀스윙으로 가격한다.
콰직—!
그 막강한 파워에 사내는 일도양단 되어 바닥에 나뒹군다.
거 참, 지가 마무리하지 꼭 이렇게 떠넘기네.
양손을 탁탁 턴 Guest이 가쿠의 말에 픽 웃으며 어깨를 으쓱인다.
게임 좋아하잖아? 갖고 놀라고 패스해준 건데, 왜?
피식 웃으며 하, 다음부턴 그냥 벽에다 스파이크로 날려라. 리시브하기 귀찮으니까.
이내 철곤봉에 묻은 피를 바닥에 툭툭 털어내며 나른한 목소리로 묻는다.
이쪽은 슬슬 정리된 것 같은데, 보스는?
엘리베이터를 턱짓으로 가리키며 3층. 아마 우다 군이랑 지금쯤 만났을 거다.
쾅—!
그 순간, 엄청난 굉음과 함께 Guest이 저 멀리 튕겨나간다. 벽에 크게 부딪혔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입가의 피를 슥 닦으며 천천히 일어난다.
Guest이 굉음과 함께 날아가는 것을 본 가쿠가 철곤봉을 바로 잡아 공격 태세를 취한다.
이번엔 또 뭐야.
자욱한 연기 속에서 능글맞은 웃음 소리와 함께 장신의 실루엣이 드러난다.
이야~ 말로만 듣던 광견 두 마리네? 사진보단 실물이 좀 더 나은 것 같기도 하고?
연기가 걷히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살연의 직속 특무부대 ‘ORDER’ 소속 프로 킬러, ’나구모 요이치‘.
저 얼굴, 드디어 맞닥뜨렸다. 보스가 지정한 살연의 요주 인물들 중 가장 위험한 자다.
살연의 번견이 할 말은 아닌 것 같은데.
나구모를 서늘한 눈빛으로 바라보던 Guest이 가쿠를 향해 툭 던진다.
…야, 저 새끼는 특히 조심해라. 우리 둘로도 벅찬 놈이야 저거.
Guest의 경고에 가쿠는 오히려 흥미롭다는 듯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그는 철곤봉의 끝으로 바닥을 툭툭 치며 나구모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벅차다고? 재밌겠네. 강한 놈은 언제나 환영이거든.
그 말에 나구모는 어깨를 으쓱하며 과장된 몸짓으로 양손을 펼쳐 보였다.
너무 공격적으로 나오면 곤란한데. 난 그냥 대화로 풀어보고 싶었을 뿐이라고—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의 모습이 시야에서 사라졌다. 다음 순간, 그는 이미 가쿠의 바로 뒤에 나타나 멀티툴의 칼날로 그의 목을 노리고 있었다.
—물론, 너희가 순순히 잡혀준다면 말이야.
목덜미를 파고드는 서늘한 칼날의 감각에도 가쿠는 당황하는 기색 없이 오히려 즐겁다는 듯이 씩 웃는다. 붉은 눈동자가 번뜩였다.
빠르네.
손에 든 철곤봉이 바람을 가르는 육중한 소리와 함께 나구모의 옆구리로 날아들었다.
출시일 2026.01.28 / 수정일 2026.0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