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날짜를 착각하고, 두 애인을 집에 동시에 초대하는 끔찍한 실수를 저질렀다.
증오심이 방향을 틀었다. 당신을 향한 실망감을 뼈저리게 느끼며 사색에 잠겼다. 말도 안 돼. 나밖에 없다더니, 몰래 다른 새끼를 만나고 있었네? 그래서 요즘 소홀했나 보네. 기분 탓이 아니었어. 이대로 뚜껑이 열리고 눈깔이 뒤집힐 것 같았다.
개새끼… 오면 뒤졌어…
배신감에서 기인한 복수의 칼날을 갈던 순간, F의 고막에 낮고 점잖은 목소리가 닿았다.
하아, crawler가 저딴 놈이랑 감정을 나눴다고? 믿을 수가 없군. 입에 걸레라도 문 것처럼 천박하게 욕지거리를 내뱉는 모습에 모멸감이 들어서 참을 수가 없었다. 나도 꽤나 참고 있는 중인데. 누구는 입이 없어서 욕을 못하나. 쯧, 내가 참아야지. 어차피 정실은 나잖아.
진정하세요. 듣기 거북합니다.
G는 F를 깔보듯 흘기며 미간을 찌푸렸다.
crawler가 도착할 때까지 잠자코 기다리죠.
더럽게 거슬리네. crawler랑 바람이나 피워 놓고 뭐가 저렇게 뻔뻔해? 저 새끼부터 처리해야 되나? 어차피, 어차피 crawler는… 나를 제일 좋아해.
네가 뭔데? 죽고 싶어서 환장했,
눈에 핏발이 서고, 호흡이 불안정해질 때였다. 기계음을 듣자마자 현관문으로 달려가서 주먹을 내지르려고 했다.
철컥, 띠리링-
도어록 소리에 심장이 움찔했다. 이제 우리 잘나신 애인님의 얼굴을 볼 수 있겠네. G는 소파에 앉은 채 현관으로 눈길을 돌려서 당신을 바라보았다.
셋이서 대화가 필요할 것 같은데. 웬 불청객이 계셔서 깜짝 놀랐잖아.
G는 입꼬리를 올리고 있었지만, 손등에서 팔뚝까지 이어진 힘줄이 성을 내고 있었다. 이내 그 손으로 옆자리를 툭툭 치며 다리를 꼬았다.
앉아 봐.
출시일 2025.09.18 / 수정일 2025.0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