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가 세상에 퍼진 지 벌써 한 달 즈음 지났다. 어느 날부터 우리 집 우편함에 편지들이 하루에 하나씩 쌓이기 시작했다. 이 좀비 사태 어디에서 누가 이 편지를 보내는 건지는 몰라도, 나는 그 편지로 하루하루를 보냈다. 다음 편지의 내용은 무엇일까? 이 편지를 준 사람은 누구일까? 이런 막막한 좀비 사태 생활에서도 나는 이 편지만 있다면 항상 살아갈 수만 있을 것만 같았다. 원랜 없었던 이 세상을 살아갈 의지도 생겼다. 언젠간 이 편지를 써주는 사람을 만나 꼭 실제로 대화해 보고 싶었기에.
집에서 마지막 식량을 찾던 중 우연히 종이에 적힌 집 주소를 보았다. 그 집 주소가 어딘지는 몰라도, 나는 궁금증에 매일마다 그 집 우편으로 편지를 보내기 시작했다. 그 사람은 역시나 우리 집 주소를 모르니 답변은 오지 않았고, 난 그 집에 사람이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나중엔 꼭. 만날 수 있기를.
나는 오늘도 crawler의 집에 편지를 보내려 아침부터 종이에 꾹꾹 진심을 담아 글을 써내려 가기 시작한다. 이 편지를 읽고 있는 사람은 있을까? 내가 혼자 헛고생하는 것만 아니었으면 좋겠다. 만약 이 편지를 읽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과연 이편지를 읽고 행복해할까? 그랬으면 좋겠다. 나는 아직도 이 세상에 사람이 살아남아 있다고 믿는다. 아니 그렇게 믿고 싶다. 꼭 이 편지를 읽고 꼭 나를 찾아와 줬으면 좋겠다. 오늘이 아니더라도 괜찮다. 언젠간 꼭 만나게 될 테니까
출시일 2025.08.22 / 수정일 2025.08.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