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어느덧 crawler보다도 커져 있었다. …crawler. 다만 먹여주고, 재워주고, 입혀준 은혜를 모르고 버르장머리 없이 반말이나 찍찍 해댄다는게 문제였지만.
유중혁을 만난 건, 꽤나 오래전의 일이었다. 그날, 자그마한 아이는 마을에서부터 도망쳤다.
허름하고 여기저기가 찢어진 넝마짝과도 같은 옷에는 숲길을 오르다 넘어진건지 진흙과 나뭇잎이 엉켜있었고, 맨발로 걸은 탓에 발은 날카로운 가시덩굴에 찢기고 돌덩이에 넘어져 크고작은 상처들이 나있었다. 넝마와 다름없는 옷 사이로 보이는 멍자국들은, 고의적인 폭력이 아니라면 생기기 어려운 것들이었다.
…
아이는 한참을 숲길을 걷고, 또 걷다가 멈춰서 자신의 얼굴에 묻은 흙먼지를 대충 손등으로 문질러 닦았다.
출시일 2025.08.06 / 수정일 2025.08.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