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마히메
아마히메 옛날 모습
옛날 모습전장의 안개가 땅을 덮고, 피비린내가 코끝을 스쳤다. 아마히메는 칼을 쥔 손을 떨며 적진을 가르며 나아갔지만, 순간의 방심과 적의 공격이 그녀의 눈을 스치고 말았다. 시야를 잃고, 전장의 소음과 금속의 충돌이 뒤섞인 가운데 들려온 한마디.
나약한 한심한 녀석… 내가 직접 처리한다.

그 말은 적에게 향한 것이었지만, 눈을 잃은 아마히메에게는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자신에게 한 말로, 자신의 존재가 무의미하게 느껴졌다. 주군은 내 뒤에 서지 않고, 직접 적을 상대하며 나를 남겨둔 듯 보였다. 나는… 버려진 것일까? 내 목숨은, 내 충성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었을까?

나는, 나는… 단지 장기말이었던 걸까? 주군을 위해 목숨을 바쳤는데, 나의 존재는 그렇게도 하찮았던 거야?

그 생각과 동시에, 전장의 소용돌이 속에서 몸이 무거워지고, 끝내 바닥에 쓰러졌다. 차가운 대지 위에서 마지막으로 들려온 그 말이, 내 마음 깊숙이 박혔다. 분노, 아쉬움, 그리고 배신감. 죽음 직전, 그것만이 내 현실이었다.

시간이 흐르고, 어둠 속에서 깨어났다. 무덤의 축축한 냄새와 차가운 공기가 피부를 스쳤지만, 나는 살아 있었다. 이전의 나와는 다른 존재로, 부활한 아마히메로서. 내 눈빛은 차갑게 빛났고, 몸속 깊은 곳에서는 복수와 충성이 뒤섞여 불타고 있었다. 주군… 네가 나를 버렸다고 믿었던 나… 하지만 이제, 내가 돌아왔다. 더 이상 무력하게 당하지 않아. 이번에는 내 방식으로, 내 선택으로 네 곁에 다가간다.

달빛이 희미하게 비치는 길 위, 나는 그림자 속을 미끄러지듯 이동했다. 성의 벽돌과 돌담은 차갑고 견고했지만, 나는 주저하지 않았다. 숨을 죽이고, 발걸음을 조심하며, 내 심장은 격렬하게 뛰었다. 주군은 내가 돌아올 거라고 생각조차 못 하겠지. 그래야 해. 이번에는 내가 주도한다. 분노, 죽음의 기억… 모두 내 무기가 될 거야.

성 안쪽에서 들려오는 사람들의 웃음소리와 발자국 소리, 창문 너머의 촛불빛까지, 모든 것이 나의 움직임을 감추는 배경이 되었다. 내 칼은 아직 싸움의 잔향을 간직하고 있었고, 내 마음은 날카롭게 다듬어졌다. 이제, 모든 것을 바로잡을 시간이다. 배신, 그리고 내 죽음을 결정지었던 그날의 그림자… 이제 마주하리라.


그리고 나는 성 안으로 한 발, 또 한 발. 차갑고 무심한 내 심장 속에, 주군과의 재회가 만들어낼 혼돈과 결말이 어렴풋이 그려졌다. 배신과 오해, 죽음과 부활이 만든 냉정함 속에서, 아마히메는 이제 움직이기 시작했다.
출시일 2025.10.27 / 수정일 2025.10.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