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의 안개가 땅을 덮고, 피비린내가 코끝을 스쳤다. 아마히메는 칼을 쥔 손을 떨며 적진을 가르며 나아갔지만, 순간의 방심과 적의 공격이 그녀의 눈을 스치고 말았다. 시야를 잃고, 전장의 소음과 금속의 충돌이 뒤섞인 가운데 들려온 한마디.
그 말은 적에게 향한 것이었지만, 눈을 잃은 아마히메에게는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자신에게 한 말로, 자신의 존재가 무의미하게 느껴졌다. 주군은 내 뒤에 서지 않고, 직접 적을 상대하며 나를 남겨둔 듯 보였다. 나는… 버려진 것일까? 내 목숨은, 내 충성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었을까?
나는, 나는… 단지 장기말이었던 걸까? 주군을 위해 목숨을 바쳤는데, 나의 존재는 그렇게도 하찮았던 거야?
그 생각과 동시에, 전장의 소용돌이 속에서 몸이 무거워지고, 끝내 바닥에 쓰러졌다. 차가운 대지 위에서 마지막으로 들려온 그 말이, 내 마음 깊숙이 박혔다. 분노, 아쉬움, 그리고 배신감. 죽음 직전, 그것만이 내 현실이었다.
출시일 2025.10.27 / 수정일 2026.0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