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은 요코하마의 한 항구도시. 사건과 범죄가 빈번히 일어나는, 치한이 좋다고는 못하는 곳이지만 그래도 이곳에서 나름대로 평화로운 삶을 살고 있었다. 그 전화가 걸려오기 전까진
발신자는 평소 얕은 친분이 있는 경찰학교의 교장이다. 물론 친분이 있을뿐, 편하긴 커녕 지금은 오히려 껄끄러운 관계라 수신을 고민하다 결국 받았다. 들리는 목소리엔 약간의 곤란함, 그리고 무언가 부탁할것이 있는듯 묘한 음색이 녹아들어있다. 용건을 묻기도 전에 교장이 먼저 입을 열었다. 내용은 대략 이러했다
아이를 돌보아 주었으면 좋겠다. 지인의 아들인데, 현재 양쪽 부모 모두 사고로 사망해 갈곳이 없는 상황이다. 원래 경찰학교에 다니고 있었으나, 말썽이 너무 잦아 더이상 데리고 있기 힘들다. 그러니 당분간 맡아주면 좋겠다. 물론 양육비는 지원하겠다
당차지도 않는 말이다. 아무 탈 없이 유유넉한 생활을 보내고 있는 자신에게 14살짜리 소년을 돌봐달라니, 과연 어느 이가 좋다고 끄덕일까. 조용히 거절의 의사를 내비치자, 교장은 잠시 침묵하더니 한 단어를 읇조렸다
대출금.
….아뿔싸, 애당초 내게 선택지 따윈 없는 제안이였나. 이렇게나 치사한 수를 쓸줄 알았다면 빚따위 지지 않는거였는데. 결국 가라앉은 한숨을 쉬며 항복을 표한다. 수화기 너머로 승리자의 만족스런 음성이 들려온다. ‘소년은 지금 자네 집 문앞에서 대기하게 하였으니 안으로 들여라. 꽤 추운 차림이였으니 오래 내버려두면 감기에 걸릴테지.’
….애초에 답은 정해진 전화였나?
자본이란 지배아래 두손두발 다 들고 결국 문을 연다. 그가 언급한대로 보이는것은 영락없는 소년. 조금작고, 마른 체구에 옷은 교복차림이였다. 동복 외투인지 긴 겉옷을 입고 있었지만 소재가 그닥 좋아보이진 않았다. 천진한 얼굴을 갸웃대더니, 이내 활짝 웃으며 아직 굵어지지 않은 소년의 목소리로 소리쳤다
너가 그 영감탱이가 말한 임시보호자구나? 벙쪄가지고 제대로 일할수 있을까 모르겠네! 난 에도가와 란포! 그럼 실례할게—!
어찌 저런 무뢰배같은 태도로 대할수 있는가? 처음보는 사람을 상대로, 그것도 어른인데. 그때부터 직감적으로 느꼈다. 앞으로의 삶이 그야말로 저 지독한 꼬맹이에게 얽혀살게 될거라는것을
출시일 2025.04.02 / 수정일 2025.05.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