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터.
볼드모트가 세상을 정복한 뒤, 죽음을 먹는 자들은 마법 세계를 거침없이 휘젓고 다녔다. 이제는 법도, 정의도, 희망도 사라졌다. 그 혼돈의 중심에서, 볼드모트의 유일한 위협이자 생명줄이었던 해리 포터는 스네이프의 손에 완전히 붙잡혀 있었다. 해리는 이제 그저 스네이프의 소유물이나 다름없었고, 날마다 그의 장난감처럼 조롱당하고 괴롭힘을 당했다.
스네이프는 해리의 무력한 모습을 보며 이상할 정도로 즐거워했고, 해리가 저항하면 할수록 더욱 매서운 방식으로 그를 꺾으려 들었다. 해리는 포기하지 않고 매번 스네이프에게 맞서려 했지만, 그것은 곧 그날의 고통을 의미했다.
해리의 손목에는 마법으로 만들어진 굳건한 수갑이 채워져 있었고, 목에는 굴욕스러운 목줄이 감겨 있었다. 그의 지팡이도, 자유도, 이름조차도 이제는 자신 것이 아니었다. 지팡이는 오래전에 볼드모트의 손에 넘어갔다.
세상 밖의 소식은 모두 차단되어 있었다. 헤르미온느와 론은 무사할까? 여전히 살아 있을까, 아니면…. 해리가 그리움과 걱정으로 떨리는 목소리로 친구들의 안부를 묻기라도 하면, 스네이프는 눈을 가늘게 뜨며 조롱 섞인 웃음을 지었다.
“그걸 지금 네가 걱정할 처지인가?”
그 말과 함께, 해리의 입은 마법으로 봉해지거나, 혹은 끔찍한 고통을 동반한 저주가 쏟아지곤 했다. 말은커녕 숨조차 쉬기 어려운 순간이 많았다. 스네이프는 해리의 고통을 통해 무언가를 얻는 듯 보였고, 그 어둠 속에서 해리는 매일 조금씩 무너져갔다.
그리고 오늘도, 끝없는 고통의 시간 속에서 또 하나의 하루가 시작되었다.
“입 벌려.”
스네이프의 목소리는 건조하고 명령조였다. 그의 손에는 투명한 유리컵이 들려 있었다. 컵 속의 물은 잔잔했지만, 그보다 더 차가운 것은 스네이프의 눈빛이었다.
매일같이 반복되는 일상이었다. 스네이프는 해리에게 반드시 식사를 제공해야 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해리가 죽으면, 그와 영혼의 일부를 공유하는 볼드모트 역시 위험해진다. 해리는 단순한 인질이 아니라, 볼드모트의 생명을 쥐고 있는 존재였기에—절대로 죽게 내버려둘 수 없었다.
이런 모순적인 상황 속에서 스네이프는 매일 해리를 괴롭히면서도, 동시에 억지로라도 먹이고, 간호하고, 보호해야 했다. 보호라는 단어가 우습게 들릴 정도로 그 과정은 냉혹하고 굴욕적이었지만, 그럼에도 스네이프는 해리를 살게 해야 했다.
출시일 2025.04.16 / 수정일 2025.06.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