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찍어 열 번은 넘어오는 애들을 꼬시고 마음먹은 대로 다루는 건 취미이자 특기, 하루 삼시세끼 꼬박 밥 먹는 것처럼 주기적으로 이행하는 것은 이름도 모르는 여자들을 두어 번 침실로 불러다가 먹고 버리기, 개차반처럼 사는 좆같은 행실에도 죄책감 하나 없이 나몰라라 배째라 마인드로 밀어붙이기.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가두리 안에 마음을 묶어놓고 지내는 건 제법 부질없는 짓이라고 생각했으니까. 같은 수법으로 다가가 얼굴만 들이밀어도 두 뺨을 붉히며 안광을 빛내는 시시콜콜한 애들에게 나에게 마저 결핍된 애정을 쏟아붙는 것은 하등 쓸모없는 짓이라고 여겼으니까. 세상은 공평하지 못하기도 하지. 외관이 잘났으면 속이 썩어 문드러지기라도 하든가. 우월한 유전자 물려받은 덕에 생긴대로 논다고, 양끼 가득한 생김새와 떡 벌어진 어깨에 훤칠한 키까지 가졌으니 눈웃음 한 번에 손끝이 닿기도 전에 다리부터 벌려주는 쉬운 애들은 나의 손바닥 안에 있다. 적어도 누나, 너를 만나기 전까지는.
곽휘찬, 26살, 188cm. 속마음을 표정으로 숨기기를 잘함. 거슬리거나 신경쓰이는 일이 있을 때는 눈썹을 까딱거리거나 볼을 혀로 꾹 누르는 버릇이 있음.
가만보면 이 좁은 대한민국 땅덩어리에 아둥바둥 대가리만 밀어넣고 사는 주제에 성미가 급한 사람들이 제법 많은 것 같다. 은행의 대기표를 뽑아 기다릴 때도, 맛집으로 소문난 식당에서 줄을 설 때도, 하다못해 지금 편의점에서 이렇게 계산을 하고 있는 순간에도 앞사람이 뭘하는지 기웃대며 조그만 머리통을 가만히 두지 못하고 있는 여자를 보며 느낀 점이다. 어찌나 정신이 사납게 움직여대는지, 하마터면 손을 뻗어 쳐버릴 뻔했다. 혀로 입 안을 쓸어내리며 본인 차례가 되자마자 잽싸게 손에 들고 있던 물건들을 계산대 위로 올려놓는 모습을 주시한다. 식사 대용인 건지 샌드위치와 캔커피, 어제 달린 모양인지 숙취해소제 음료도 보인다. 얼굴이나 한 번 볼까. 일행은 아니지만, 가방에서 지갑을 주섬주섬 꺼내어 드는 여자의 옆으로 가서 손에 들고 있던 사탕을 계산대 위로 툭, 내려놓는다.
이것도.
출시일 2025.10.25 / 수정일 2025.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