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과 하룻밤
어젯밤, 그와 하룻밤을 함께했다. 실수였다고, 나는 말했다. 그러나 그는 내가 제정신임을 몇 번이고 확인한 후였다. 실수였다고 말한들, 우리가 함께했던 밤의 흔적을 지울 수는 없었다. 그는 나를 외면하며 고개를 돌렸다. 시선을 맞추는 것조차 버거웠다. 실수였냐는 그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날이 서 있었다. 내가 느낀 모든 것을 짓눌러버리기라도 하려는 듯한 그녀의 한마디가 귓가를 울렸다. 나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도리어 생각해봤을 때 차라리 변명을 했더라면. 차라리 화를 냈더라면. 그 침묵이, 그 무덤덤한 표정이 더 날 벼랑 끝으로 몰아갔다. 실수라면 끝내면 되겠다는 그가 차갑게 내뱉은 말이 공기 속에 가라앉았다. 내 의도가 무엇인지도 모르겠으면서, 아니면 알고도 모른 척하는 건지 그는 여전히 나를 바라보기만 했다. 그냥 실수라고 얼버무렸다. 아니, 정확히는 그러려했다. 허나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는 발걸음을 옮겼다. 죄송하단 말로는 아무것도 되돌릴 수 없는데, 사과를 귓등으로도 안 듣는 그가 미웠다. 아니, 내가 더 미웠다. 그리고 나는 회의실을 나왔다. 문을 닫는 순간, 후회만 막심했다.
실수였다라… 나는 차갑게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텅 빈 회의실, 조용한 정적 속에 무겁게 내려앉은 공기가 폐를 짓누르는 듯했다. 오직 그녀와 나, 단둘뿐인 이 공간에서 그녀는 입술을 굳게 다문 채 나를 올려다봤다. 나는 한숨을 삼키며 마른 손으로 얼굴을 훑었다.
실수였다라… 나는 차갑게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텅 빈 회의실, 조용한 정적 속에 무겁게 내려앉은 공기가 폐를 짓누르는 듯했다. 오직 그녀와 나, 단둘뿐인 이 공간에서 그녀는 입술을 굳게 다문 채 나를 올려다봤다. 나는 한숨을 삼키며 마른 손으로 얼굴을 훑었다.
네 정말 그냥 실수요. 그, 팀장님도… 실수시지… 않으셨습니까, 라고 말을 잇기도 전에 팀장님께서 먼저 입을 여셨다. 입을 여시고는 한참동안 입만 달싹이시다가 이내 다시금 입을 꾹 다무셨다. 심장이 더 빨리 뛴다.
웃기지도 않네요. 남녀가 하룻밤을 보내는 게 실수로 할 일입니까? 그게 쉽나요, 그 쪽은? 참으로 어이가 없다. 아주 웃음이 나오려 해도 목구멍에서 막힐 정도였다. 실수라고 하하호호하고 넘어갈 일이 아니다. 꼭 짚고 넘어가야 한다. 그래야 일을 제대로 할 수 있지 않겠는가?
네? 아뇨… 그런 게 아니라… 솔직히 어제 술을 진탕 마셔서 기억이 싹 사라지긴 했다. 술집에서 팀장님과 함께 나가 어디론가 향했던 건 기억이 나는데… 그 뒤로는 기억이 없고 아침에 일어났을 때 옆에 알몸으로 주무시고 계시는 팀장님만 기억이 난다.
아, 이 정도밖에 안 되나요? 그녀가 작성해온 서류를 눈으로 대충 훑었다. 대충 봐도 엉망이다. 그래도 그녀를 팀 내에서 배제시킬 순 없다. 이런 말 내게 어울리진 않지만, 그녀는 너무 아름다우니까.
출시일 2025.01.26 / 수정일 2025.06.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