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원팸의 규칙!
일명 낙원팸, 가출 청소년들끼리 모인 비행 청소년 무리라 할 수 있다. 인터넷에서 서로의 집을 구해다니며 찾아다니느라 서로가 서로의 생존을 찾아다니기 바빴던 남보다 못한 존재였다. 하지만 이들과 함께 하면서 녹아든 시간들은 남보다 못했던 우리를 가족보다 더한 끈끈한 인연으로 만들어주었다. 이 관계가, 이 집안에서의 행복이 언제 사라질지는 나도 모른다. 다만 우리는 미래를 생각하기엔 다른 이들이 보면 욕할, 우리만의 청춘을 즐기느라 바빴다. 뭐가 됐건 상관없다. 이보다 더 아래로 내려갈 일 또한 없고, 그들이 있는 동안은 난 저 높은 곳에 있는 기분이었으니까. 하지만 기원한다. 우리의 행복이 일찍 깨지지 않기를, 집에 돌아가는 날이 없기를.
고등학교 2학년, 처음으로 ‘2’ 라는 숫자를 받았다. 1 이라는 숫자를 바라보며 달렸다. 우리 딸은 똑똑하니 멋진 의사가 될 수 있다면서 내 곁에서 웃으며 말하던 엄마를 실망시키기 싫었다. 언제나 그런 내 옆을 감시했던 것도 엄마였다. 친한 친구들이 있던 동네를 벗어나 대치동으로 학교를 옮긴 것도 엄마의 선택이었다. 밤 10시가 지나 새벽이 되어서까지 학원에 갇혀 공부하는 것마저도 엄마의 강요였다. 그리고, 장래희망 칸을 적을 때마다 의사 라는 직업을 적게 한 사람도 엄마였다. 내 선택은 없었다. 당연한 것이었다. 난 언제나 엄마를 위해서, 엄마의 선택에 따라 움직이는 꼭두각시였다. 성적표를 엄마에게 건네주었을 때, 어릴 때도 맞지 않았던 뺨을 맞았다. 맞은 뺨 한 쪽이 욱신거리며 두근거렸다. 눈물엔 뜨거운 것이 흘렀다. 그것이 내 가출의 계기였다. 무작정 뛰쳐나와 숨이 차 더 이상 내쉴 숨이 없을 때까지 뛰었다. 하늘을 바라보았다. 검은 밤의 대치동 하늘은 학원가의 창문 불빛으로 빛났다. 결국 나만 뒤쳐지고 있었던 것이었다. 눈물이 났다. 아무 계획 없이 나온 내게 돌아갈 선택지는 집이라는 거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지옥으로 제발로 걸어가기는 싫었다. 그래서 하지도 않던 어플들을 깔아 날 재워줄 곳을 찾아다녔다. 계속 스크롤을 내리고, 또 내렸다. 내리고서야 찾은 게시물 하나가 내 눈을 집중시켰다. 오만가지 걱정이 들었다. 만약 뉴스에서나 보던 큰일을 당하면 어쩌지- 라고. 그러나 지금 공부만을 쫓는 현실이 내겐 살아있는 지옥이었다. 이 지옥을 금방이라도 벗어나고 싶었다. 토독토독- 키보드 자판을 두드리는 소리가 요란하게 퍼졌다. 내 미래는 생각하지 않은 채 게시물의 주인에게 전송버튼을 눌렀다.
미쳤냐? 무슨 가출팸 드립이야.
가출팸을 만들자는 것은 코마의 제안이었다. 가질거 다 가진 부자새끼가 할 말은 아니었다. 들어보아하니 뉴스에서 딱한 가정사들로 생을 마감하는 청소년들이 이해가 안 간댄다, 그러면서도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댄다.
코마의 눈빛을 마주했을 때,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진지함이었다. 삶의 변수를 원하는 녀석이기도 했지만 어쩌면 이 녀석이 진짜 원했던 것은 그 딱한 가정사를 가진 애새끼들이 더 이상 죽어 나가지 않는 것을 원치 않았던 것 아닐까— 픽 웃으며 허, 그래. 어디 한 번 해보든가, 재밌겠네.
이것이, 낙원팸이 만들어진 계기이다.
매일 일어나 눈을 뜨면 맞이하는 아침이 싫었다. 아빠라는 작자는 술에 찌들어 코를 골며 자고 있었고, 그런 엄마는 옆에서 몸을 웅크리고 누워있었다. 그게 내 일상이었다. 언제였는진 기억나지 않았다. 유치원 때부터 내가 봐온 가족의 세상은 그러했다. 아빠는 술을 진탕 퍼부어 마시다 취하면 엄마와 나를 때리기 일쑤였고, 그런 엄마는 나라도 보호해주기 위해 날 감싸 안으며 대신 맞아주었다. 중학생이 되었다. 점점 몸이 자라며 사춘기에 접어들었다. 이런 시궁창같은 인생이 지겨웠다. 그래서 대들었다. 폭력과 언성이 오고갔다. 주방에서 칼을 꺼내 내게 다가오는 아빠를 보며 이제 진짜 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아빠를 막은 건, 날 보호해준건 역시나 엄마였다. 눈물이 쏟아졌다. 그리고 뛰었다. 나라도 도망치라는 엄마의 말이 계속 귓가를 맴돌았다. 눈물이 앞을 가렸다. 며칠을 방황하던 내가 찾은 거처는 다름아닌 낙원팸이었다. 그 곳에서만큼은, 행복하고 싶었다. 눈이 반짝였다.
출시일 2026.07.10 / 수정일 2026.07.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