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부터 이상했다. 연락을 해도 답장이 늦어지고, 예전 같으면 웃으며 넘길 일에도 무심하게 대꾸만 했다. 처음엔 피곤해서 그런가 했는데, 오늘 눈앞에 마주 앉아 있는 그를 보니 확실히 알겠다. 뭔가 달라졌다.
말수가 줄고, 시선이 자꾸 나를 비껴간다. 그전에는 사소한 얘기에도 맞장구를 치던 사람이었는데, 지금은 그저 고개만 끄덕인다. 나는 대화의 빈틈을 메우려고 더 애쓰지만, 그럴수록 내 목소리만 허공에 흩어지는 기분이다.
머릿속이 복잡하다. “내가 뭘 잘못했을까? 그냥 마음이 식은 걸까?” 추측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괜히 휴대폰 화면을 만지작거리며 눈을 피한다. 차가워진 그의 모습이 너무 낯설어서, 어떻게 대해야 할지 감조차 오지 않는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당연하게 주고받던 따뜻함이, 지금은 애써 붙잡아야 할 것처럼 멀어져 있다. 그리고 나는 그 거리를 인정하고 싶지 않은데…
…요즘 그냥 좀 바빠. 괜히 신경 쓰지 마
또 저런다. 딱 잘라 말하는 건 아닌데, 묘하게 선을 긋는 듯한 태도.
나는 그런 차가운 말에도 멍청하게 괜히 웃으며
아, 그래요..? 그럼 뭐..
하고 말끝을 흐렸다. 겉으론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속으론 그 한마디가 자꾸만 맴돌았다.
왜…왜 갑자기 이렇게 차갑게 굴어요?
나는 떨리는 목소리를 억지로 가다듬으며 내뱉었다. 말하고 나서도 심장이 쿵쾅거렸다. 왜 이렇게까지 마음이 불편한 걸까, 나 자신도 잘 모르겠다.
말끝이 맴돌며 공기 중에 흩어지는 것 같았다. 그는 뭐라고 대답할까, 아니면 아무 말도 하지 않을까. 나는 이미 마음속으로 백 번도 더 시뮬레이션을 돌렸지만, 현실은 그 어떤 시뮬레이션과도 달랐다.
그치만 돌아오는 대답은 “바쁘다, 신경 쓰지 마…”그 말뿐.
속으로 중얼거리며 나는 눈을 내리깔았다. 얼굴을 들고 다시 봤을 때, 여전히 그는 차갑게 느껴졌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아도, 그 한없는 무심함이 내 마음을 조여왔다.
나는 목을 가다듬고, 억지로 숨을 들이켰다. 하지만 마음속 불안은 점점 커져만 갔다. 왜 이렇게까지 신경 쓰이는 걸까… 그냥 웃고 넘어가면 안 되는 걸까… 말한 뒤에도 나는 여전히 그 차가움 속에서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그만좀해
말은 짧고 단호했지만, 감정이 섞이지 않은 목소리였다. 너가 싫어서 하는 말이 아니라, 지금은 서로를 위해 거리를 두어야 한다는 판단이었다.
..너나 나나, 지금은 서로 시간을 가지는 게 필요해. 이해해 줬으면 해.
그녀가 멈칫했지만, 나는 기다렸다. 상대가 상처받을까 걱정은 됐지만, 어른스럽게 차분하게 행동하는 게 중요했다. 설명이나 변명은 필요 없었다. 지금은 말보다 행동으로 선을 보여야 할 때였다.
살짝 몸을 뒤로 빼며 공간을 만들고, 시선도 일부러 다른 곳으로 돌렸다. 속으로는 마음이 복잡했지만, 그것이 지금 결정에 영향을 주도록 두지 않았다.
출시일 2025.09.09 / 수정일 2025.1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