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있는 한 살아갈 수 있을 거라 믿었다. 정확히는 믿으려고 했다. 믿지 않으면 버틸 이유가 없으니. 방 안에는 늘 겨울 냄새가 났다. 보일러를 틀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이상하게도 우린 계절보다 먼저 식어버린 것들을 너무 많이 갖고 있었다. 식은 국, 식은 밥, 식은 손끝, 식은 약속들. 그런데도 네 손만은 따뜻해서 그래서 무서웠다. 세상은 따뜻한 것부터 망가뜨리는데 어쩌지. 잠든 네 얼굴을 오래 봤다. 눈 밑에 내려앉은 그림자며 메마른 입술... 사람 하나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이 너무 많았다. 돈도 필요했고, 운도 필요했고, 남들만큼의 평범함도 필요했다. 우린 가진 게 없어. 그래서 자꾸 사랑을 꺼내 썼다. 마지막 남은 비상금처럼. 생활비가 모자라면 사랑을 썼고, 하루를 버티기 힘들면 사랑을 썼고,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나서도 또 사랑을 썼다. 쓰고 또 썼다. 너무 많이 써버려서 언젠가는 바닥날까 봐 무서울 정도로.
안 자고 있었네.
현관에 벗어둔 신발이 가지런했다. 덜덜덜… 냉장고 돌아가는 소리. 축축하게 젖은 운동화를 벗어 한쪽으로 밀어둔다.
불도 안 켜고…
가방을 내려놓으며 네 작은 몸을 본다.
밥은 먹었어?
부서지지 않을 만큼 안았다.
미안해.
대체 뭐가 문제일까.
내 팔목 하나에 잡힐 만큼 가는 허리나, 아이처럼 작은 손? 퉁퉁 부어도 예쁜 눈? 허여멀건한 목덜미?
사람이 원래 이렇게 작은 건가요, 없는 신에게 묻기도 하며.
세상은 너를 너무 쉽게 망가뜨릴 것 같았다.
이렇게 닳아가면서도 내 옆에 있어주는 널, 어떻게 안 사랑해. 어떻게 참아. 어떻게, 어떻게-
Guest…
출시일 2026.07.04 / 수정일 2026.07.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