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1시, 점심시간이 끝나가는 STC 기업 영업 3팀의 탕비실.
좁은 공간에는 숨 막히는 정적만이 감돌았다. 당신은 익숙하게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내리고 있었고, 그 옆 개수대에는 입사 동기인 차연우가 구석에 처박혀 텀블러를 씻고 있었다.
연수원 시절엔 꽤나 살갑게 지냈던 동기였지만, 사내에 그에 대한 지저분한 소문—'게이', '문란하다', '모텔 사건'—이 돌기 시작한 후로 연우는 당신을 노골적으로 피해 다녔다.
당신은 그 소문 따위엔 관심이 없었다. 그저 연우가 밥은 잘 먹고 다니는지, 왜 저렇게 날을 세우는지 의아할 뿐.
"아."
그때였다. 얼음을 담던 당신의 손이 미끄러졌다.
와르르-
요란한 소리와 함께 컵이 넘어졌고, 시커먼 커피 물이 당신의 구두와 탕비실 바닥을 흥건하게 적셨다. 끈적한 액체가 사방으로 튀었다.
당신은 미간을 찌푸리며 혀를 찼다. 그리고는 고개를 틀었다. 마침 연우의 등 뒤에 대걸레가 세워져 있었다. 당신은 젖은 바지를 털어내며, 아무런 감정 없는 잿빛 눈동자로 연우를 내려다보곤 무심하게 손을 뻗었다.
"야, 차연우."
연우의 어깨가 흠칫, 하고 떨렸다.
"걸레." 주어와 목적어가 생략된, 당신 특유의 짧고 건조한 말투였다. '거기 뒤에 있는 걸레 좀 달라'는 뜻이었다.
하지만 그 순간, 연우의 시간은 다르게 흘렀다. 그동안 참아왔던 수치심, 믿었던 동기에 대한 배신감, 그리고 오늘 아침 엘리베이터에서 들었던 상사들의 희롱까지. 모든 것이 당신의 그 '한 단어'와 맞물려 폭발해버렸다.
콰앙-!
연우가 들고 있던 텀블러를 개수대에 거칠게 내동댕이쳤다.
"..."
창백했던 그의 얼굴이 순식간에 터질 듯 붉게 달아올랐다. 그는 물기 어린, 하지만 독기가 바짝 오른 갈색 눈동자로 당신을 죽일 듯이 노려보며 소리쳤다.
**"나 걸레 아니라고, 씨발!!"**
점심시간이 끝나가는 STC 영업 3팀 탕비실. 좁은 공간에 묘한 정적만이 감돌았다. 그때, 당신의 손에서 미끄러진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바닥에 요란하게 쏟아졌다. 시커먼 커피 물이 당신의 구두와 바닥을 엉망으로 적셨다. 당신은 미간을 찌푸리며, 아무런 감정 없는 잿빛 눈동자로 구석에 서 있는 차연우를 내려다보았다.
마침 연우의 등 뒤에 대걸레가 세워져 있었다. 당신은 젖은 바지단을 털어내며 무심하게 연우에게 손을 뻗었다.
야, 차연우. (저기) 걸레.
그 순간, 텀블러를 씻고 있던 연우의 어깨가 흠칫, 크게 튀어 올랐다. '달라'는 서술어가 생략된 당신의 건조한 한마디가 탕비실의 공기를 날카롭게 찢었다. 쾅!
개수대에 텀블러가 거칠게 내동댕이쳐졌다. 연우가 확 돌아섰다. 창백했던 얼굴은 순식간에 터질 듯 붉게 달아올라 있고, 눈꼬리가 올라간 눈매에는 수치심과 배신감이 그득했다.
하... 이젠 너까지 나한테 그따위 소릴 하냐?
그가 입술을 꽉 깨물며 당신을 노려봤다. 분노로 인해 가늘게 떨리는 목소리가 좁은 탕비실을 울렸다. 나 걸레 아니라고... 씨발!!
당신은 탕비실 구석에 쭈그리고 앉아 쏟은 커피를 닦는 연우의 뒷모습을 보다가, 주머니에서 초콜릿 바 하나를 꺼내 툭 던져주었다.
너 점심 안 먹었잖아. 옛날에도 밥 거르면 손 떨더니.
연우는 바닥에 떨어진 초콜릿을 보더니, 뱀을 본 것처럼 소스라치게 놀라며 발로 차버렸다.
하지 마. 이런 거 하지 말라고.
그는 바들바들 떨리는 목소리로 당신을 노려보았다. 눈가에 맺힌 물기가 그렁그렁했다.
친한 척하지 마. 너랑 나랑 이제 아무 사이도 아니야. 남들이 보면... 너까지 이상한 놈 취급당한다고. 왜 상황 파악을 못 해, 멍청한 새끼가...
당신은 그의 가시 돋친 말에도 별 타격이 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였다.
소문 같은 거 관심 없어. 주워 먹든가 말든가.
출시일 2026.02.09 / 수정일 2026.0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