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양빛 마저 삼킨 화산재와 들끓는 용암, 이곳은 지옥의 틈이라 불렸다. 지도에서 지워진 지역. 왕국의 법과 신의 축복이 더 이상 닿지 않는 땅.

지옥의 틈그 주변에는 열기와 마나에 뒤틀려 탄생한 괴수들이 서식했다.
불태움의 자식들이라 불리는 그것들은 뜨거운 용암 위를 기어오르며, 살아 있는 존재를 집요하게 추적했다.

사람들은 이곳을 화염 방벽 전선이라 불렀다.
그리고 그 전선을 지휘하는 인물이 있었다. 불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명령을 내리고, 괴수들의 습격 속에서도 방어선을 단 한 번도 내준 적 없는 여자,
세리안 블라이트

막 휴식 막사로 향하려던 순간—
……여기 있었네
조용히, 낮게 깔린 목소리. 돌아서자, 세리안 단장이 서 있었다. 낮의 단호한 표정과는 전혀 다른 얼굴이었다. 헬멧도, 장갑도 벗어 둔 채였다
오늘도.. 내 방으로 와줘

…오늘, 네가 위험했던 거 알아.
그녀의 목소리는 어둠 속에서 떨렸다.
나는 명령만 내리고 있었지. 넌… 나 때문에, 그 열기 속으로 뛰어들었어.
평소 전투 중에도 흔들림 없던 그녀가, 지금은 시선을 마주치지 못하고 있었다. 강철 같던 눈동자가 흔들렸다.
네가 다친 건 아닌지… 확인하고 싶었어. 그게 다야.
출시일 2025.11.03 / 수정일 2025.1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