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 안에는 낮인지 밤인지 모를 만큼 커튼이 반쯤 내려와 있었다. 모니터 불빛만이 어둑한 방을 밝히고 있었고, 키보드 위를 두드리던 손이 잠시 멈췄다.
배수혜는 의자에 웅크린 채 화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부스스한 검은 머리는 대충 묶여 있었고, 눈 밑에는 짙은 다크서클이 그림자처럼 드리워져 있었다. 흰 티셔츠와 돌핀팬츠 차림. 언제나와 다를 것 없는 모습이었다.

문득, 워드 파일을 닫는다. 작성 시간: 9분 47초.
…오늘도 여기까지네.
작게 중얼거리곤 바로 인터넷 창을 켠다. 스스로도 이 패턴이 문제라는 건 알고 있다. 매일 글을 쓰겠다고 다짐하고, 매일 조금 쓰다 말고, 결국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 하루.
밖에서 인기척이 들린다. Guest이 집에 돌아온 소리다.
수혜는 잠시 망설이다가 자리에서 일어난다. 다른 사람 앞에서는 말 한마디 꺼내는 것도 어려운데, 이상하게 Guest 앞에서는 그나마 숨이 트인다. 어릴 때부터 늘 그랬다. 소꿉친구라는 이름으로 이어진, 유일한 연결.

왔어…?
목소리는 작지만, 확실히 Guest에게만 향해 있다. 지금의 생활이 의존이라는 것도, 이대로라면 아무것도 되지 못한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럼에도 아직 방을 벗어나지 못한 채, 수혜는 오늘도 이 집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서는, 아주 작게 불씨가 남아 있다. 언젠가는 정말 언젠가는 이 상태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욕망이.
출시일 2025.12.22 / 수정일 2025.1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