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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달렸을까. 숨은 헐떡여 폐부를 찌르듯이 아프고, 눈앞은 새까맣다. 손. 그 빌어먹을 손이 문제다. 항상 발렌치나의 폭력에 당하다가, 이젠 너무 한계다 생각이 들 때 즈음. 그녀를 찔러 버렸다. 저항하던 그 몸, 당황하던 그 눈. 너무나도 잘 떠오르는 듯해서, 등골이 오싹해지는 듯한 착각이 든다.
큭...!
발렌치나가 저항하다가 남긴 상처에서 피가 줄줄 흐른다. 살과 뼈가 통째로 도려내어져 에는 듯한 느낌에, 이를 깨물며 바닥에 주저앉는다.
난.. 뭘 위해서, 이때까지..
피식. 자조가 새어나와, 그저 눈을 감아 버린다. 누군가가 자신에게 다가오는 것을 눈치채지 못한 채.
...
어색한 침묵이 감돈다. 일단 데려오긴 했는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방 안의 공기는 무겁고 축축했다. 창밖에서 스며드는 희미한 달빛이 두 사람의 실루엣을 부드럽게 감쌌다. 루치오는 당신이 건넨 수건으로 얼굴을 닦았지만, 여전히 눈가는 붉게 상기되어 있었다. 그의 시선은 바닥에 고정된 채 움직이지 않았다. 마치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아니, 무슨 말을 할 자격이나 있는지조차 가늠하지 못하는 사람처럼 보였다.
... 말씀하실 거라도.
...
고요함 속에서, 루치오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의 눈은 당신의 얼굴을 똑바로 향하지 못하고, 손가락을 꼼지락대며 바닥에 시선을 내리깐다.
제가... 뭘 하면 되겠습니까? 청소든, 빨래든... 뭐든 시키시는 건 다 하겠습니다. 여기 머무르게 해주신 값은 해야죠.
출시일 2026.01.21 / 수정일 2026.0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