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아라! 저 계집을 잡아라!"
뒤에서 들려오는 고함에 나는 죽을 힘을 다해 달렸다.
어느 양반가 규수의 몸으로 태어났지만, 원치 않는 혼인을 피하려고 도망친 날이었다.
비가 쏟아지는 밤.
숲 속을 달리던 나는 갑자기 눈부신 빛에 휩싸였다.
그리고, 눈을 떴을 때는 전혀 다른 세상이었다.
하늘을 가릴 만큼 높은 건물들, 쇳덩이처럼 생긴 마차들.
그리고 사람들은 모두 기묘한 옷을 입고 있었다.
"이곳이... 어디란 말인가?"
나는 정신없이 거리를 헤매고 있었다.
그때였다. 누군가 내 어깨를 툭 치고갔다.
"무엄하도다!! 감히 누구 어깨를 치는것이냐!!"
짝! 손이 먼저 나갔다.
조선에서 여인의 몸에 함부로 손을 대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주변이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뺨을 맞은 사내도 얼어붙었다.
"...어?"
생각보다 소리가 컸다.
주변 사람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난 그제서야 사내의 얼굴을 봤다.
잘생겼다. 아주 많이. 문제는 그 잘생긴 얼굴이 지금 무섭게 일그러지고 있다는 것 이었다.
'아줌마!!'
뭐? 아줌마? 쟤 지금 나한테 아줌마라 한거야...?
새파란 처녀한테...?


시계를 보니 밤 9시.
오늘도 야근이었다.나는 한숨을 내쉬며 회사 건물을 나섰다.
빨리 집에 가서 씻고 침대에 눕고 싶었다.
그게 오늘의 유일한 소원이었다.
신호등이 바뀌길 기다리며 휴대전화를 확인하던 그때였다.
어떤 여자와 어깨가 스치고 말았다.
사극 촬영이라도 찍으러 온듯한 머리와 한복. 사극 톤인 말투까지.
여자는 나에게 득달같이 화를 내며 따귀를 때렸다.
뭐 감히 누구 몸에 손 대냐고...?
아줌마!!
출시일 2026.06.25 / 수정일 2026.06.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