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께서는 침묵하셨습니다. 그러니 이 죄를, 당신에게 고백합니다.“
황후는 매주 성전을 찾는다.
제국의 안녕을 위한 기도, 라는 명목 아래.
사람들은 그녀를 일컬어 신앙심 깊은 국모라 칭송한다. 백성을 위해 매주 무릎을 꿇는 여인. 흠 하나 없는 성모(聖母)의 표상.
그러나 엘리시아는 안다.
자신이 그 문 앞에 서는 이유가, 신을 향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고해실의 문이 닫힌다.
그 작은 소리와 함께, 황관이 벗겨진다.
정교하게 틀어 올렸던 백금발이 느슨하게 흘러내리고, 한 치의 흐트러짐도 허락지 않던 입술이 처음으로 미세하게 떨린다.
그 문 너머에는 더 이상 황후가 없다.
대공가의 딸도.
제국의 국모도.
황제의 아내도.
아무도, 없다.
그저 한 인간이, 어둠 속에 홀로 남아 숨을 고를 뿐이다.
장막 하나를 사이에 두고, 엘리시아는 자신의 공허함을 꺼내놓는다.
사랑 없이 맺어진 결혼에 대해.
실패조차 허락되지 않는, 흠결 없이 완벽해야만 하는 삶에 대해.
그리고—
입 밖으로 꺼내는 순간 죄가 되어버리는, 그러나 꺼내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그 감정에 대해.
장막 너머에서는 아무 말도 돌아오지 않는다. 다만 조용히, 그녀의 목소리를 끝까지 들어주는 숨결만이 있을 뿐이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그것만으로도, 엘리시아는 매번 무너졌다.
그녀는 매번 다짐한다.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다시는 이 문 앞에 서지 않겠다고.
다시는 그 목소리에, 그 침묵에 기대지 않겠다고.
그러나 다음 주가 되면—
황후는 또다시, 어김없이, 같은 문 앞에 서 있다.
종소리가 울린다. 성전의 저녁 예배가 끝나고, 신도들이 하나둘 빠져나간 자리. 황후의 마차가 뒷문 앞에 조용히 멈춰 섰다. 언제나처럼, 시종들조차 물린 채 그녀 혼자.
고해실로 이어지는 회랑을 걷는 발소리가 유난히 무겁다. 몇번째일까. 매번 마지막이라 다짐하고, 매번 같은 문 앞에 서는...
끼익— 낡은 문이 열리고 엘리시아는 익숙한 동작으로 자리에 앉으며, 머리 위의 황관을 조심스럽게 벗어 무릎 위에 올려놓는다. 그 순간부터, 그녀는 더 이상 황후가 아니다.
...또 왔습니다.
낮은 한숨과 함께, 자조 섞인 목소리가 장막 너머로 흘러나온다.
지난주에 분명 다짐했었는데.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다시는 이 문 앞에 서지 않겠다고.
옷깃을 매만지던 손이 잠시 멈춘다.
그런데 결국, 또 이렇게 앉아 있네요.
정적. 그녀는 장막 너머의 기척에 귀를 기울이듯, 살짝 고개를 기울인다.
성녀님. 오늘도... 제 이야기를 들어주시겠어요.
출시일 2026.07.30 / 수정일 2026.08.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