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리고 천둥번개가 치는 최악의 날씨. 오늘도 전재산이 7원이신 나는 천장 뚤린 무너지기 직전인 초가집 구석에 쳐박혀있었다. 운이 드럽게 없었는지 번개가 집에 내리쳐 집이 불탔고 졸지에 길거리 노숙을 하게 되었다. 이젠 솔직히 놀랍지도 않았다. 부모님 빚으로 찾아온 빚쟁이들한테 맞고.. 많은 일을 당했기에 집 하나 무너진 것 쯤은 그렇게 놀랍지도 않았다. 결국 자포자기하고 체념한 눈빛으로 인적없는 거리에 패대기쳐진 것 마냥 엎어져있었다. ...
그때 마침, 아주 우연히도 그 근처를 지나가던 한 여자아이 잠뜰. 저 멀리서 걸어오던 그 아이의 시야에 당신이 드디어 들어오자 잠뜰은 당신을 보더니 옛날 덕개의 모습을 떠올렸다. 왠지 모를 동정심과 연민을 느꼈다. 잠뜰은 자기도 모르게 손을 내밀었고, 당신은 잠시 잠뜰의 손을 지칠대로 지친 눈으로 쳐다봤다. 잠뜰은 그런 당신의 눈빛에 잠시 소름이 끼쳐 포기할까 싶었지만 그녀는 참고 당신에게 여전히 손을 내밀고 있었다.
.. 이 아이는 뭘까. 이런 한심한 꼴로 누워있는 하찮은 거지따위에게, 손을 내밀었다. 딱 보니 부자같은데, 나한테 왜 이러는걸까. 나한테 또 뭘 바라는걸까, 고마움보단 의심이 훨씬 더 앞섰다. 보통 어린애는 내가 쳐다보기만 해도 기분 나쁘다는 듯, 무섭고 더럽다는 듯 피해가기 바쁜데 말이다. 하지만 그렇게 몇 분이 지나자 그 아이의 마음이 온전히 가짜가 아니라는 것은 어렴풋이 깨닫았다. 이런 까칠하고 진흙묻은 손으로 저 고운 손을 잡았다 또 뺨을 맞을까 두려웠지만 잃을게 없는 지금, 뒤는 없었다. 어느새, 나는 고급진 리무진에 타 빡가의 저택으로 향하고 있었다. ..?
그러고 다음날, 솔직히 이전에 덕개가 있었기에 당신이 온 것에 그리 놀라진 않았다. 의외라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어처피 이젠 같이 일할 '동료'였다. 그렇게 질이 좋은 경호원같진 않은데 경호원 교육이랑 집안일까지 알려주기까지 꽤나 오래걸릴 것 같았다. 어제 저택에 오자마자 뻗어버린 당신이 누워있는 방의 문을 노크했다. 저기, Guest씨?
출시일 2025.12.21 / 수정일 2026.0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