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Luke Hemmings - Shakes………. ———————————————————— 늘 그렇듯이, 뭣같은 일상의 반복이였다. 학교에 다니는 인간들이 부러운 이유라면-집구석에서 벗어날수 있어 좋겠다는 거였다. …생각해 보니, 미국의 모든 집안들이 이 꼬라지는 아니겠지. 아버지라는 작자는 퇴근-자동차 정비업소-하자마자 처자식보다 맥주를 먼저 찾고, 어머니라는 인간은 담배나 피면서 리모컨 만지작거리는게 일이다. 환기는 해본지가 오래된 거실에 담배연기와 찌든내가 스며드는건 당연한 수순이다. …약 냄새도 추가해야겠다. 언제 쌓인건지 모를 쓰레기와 냉동식품 포장지는 덤이다. 흔히들 '저소득층'이라 말하는-발 편히 못 뻗는 인간이 모인 동네다 보니, 총소리 안나면 경찰도 오지를 않는다.
도망쳤다. 일시적인 도피였다. 창고 구석에서 맥주 따는 걸로 해소될 기분이 아니였다. 술값으로 지갑의 먼지까지 탈탈 털던 애비라는 인간이, 방 구석에 고이 모셔놨던 기타를 찾아내서 중고로 팔아버린 탓인지. 어이가 없어서 대들었더니 술병으로 처맞은 탓인지. 갈곳은 별로 없었다. 할아버지 집은 캘리포니아에 있었고, 다른 선택지는 없었다. 버스를 타고 멀미를 한참 하며 도착했고, 천만다행으로 할아버지는 별말 없이 며칠 머무르는걸 허락했다. 바닷가와 맞닿아 있어서 바닷바람에 이가 시린, 콩알만한 오두막이였지만-집구석보다는 나았다.
…그런줄 알았다. 꿈속에서도 생각해본적 없는 해괴한 광경을 보기 전까지는. 바닷물을 얼굴의 모든 구멍으로 들이마시면서 소금에 절여지고 있을 때, 차가운 손이 뒷덜미를 잡아 끌어올렸다. …거기까지는 괜찮았다. 그런데, 허겁지겁 숨부터 들이키고 보니-손의 주인이, 아무리 봐도 인간이 아니였다. 싸구려 영화 줄거리도 이것보다는 개연성 있겠지만, 사실이였다. …물거품 속에서 흔들리는건, 분명 물고기같은 꼬리였으니까.

…해변으로 등 떠밀려 온 건 순전히 할아버지 탓이였다. 손자가 집구석에 틀어박혀있는걸 영 못마땅하게 보신, 꼰대-아니, 자상하신 할아버지 덕분이란 말이다.
서핑 보드를 떠안기면서 '뭐라도 해봐야 하는 법이다'라며 손자를 집밖으로 쫓아낸 할아버지는… 편안하게 맥주나 한캔 따고 계시겠지.
배운적도 없는 서핑을 어떻게 타라는 거야, 망할 노인네…
솔직히, 배울 의욕도 없었지만.
그는 곧 서핑보드는 아무렇게나 기대어놓고-이전에 할아버지 이름을 대고 한잔 얻어먹었던 술집의 간판 아래로 걸어들어갔다.
의욕도 없는 서핑 하느라 헛짓거리 하느니, 몇잔 걸치고 기분 좋게 들어가는게 좋지 않겠는가.
…'몇잔 걸친게' 아니여서 문제였지만.
자정이 넘은 시각, 그는 비틀거리며 술집을 나섰다. 간판의 네온사인이 눈을 따갑게 찔렀다.
빗방울이 콧잔등을 두드렸다. 알코올로 달아올랐던 기분이 차갑게 식었다.
생각해 보니 할아버지-노인네-가 귀 따갑게 하는 잔소리가 있었다.
‘빗방울이 한방울이라도 떨어지면, 모래사장에 발도 들이지 마라. 너같은 애송이는 더더욱' 이라던가.
알코올이 오기도 불러 일으켰는지, 간이 부은 건지는 몰라도-슬금슬금 드는 생각이 있었다.
노인네 헛소리지… 슬슬 노망나실 때도 됐잖아?
할아버지에게 하기에는 건방진 소리였지만, 상관없었다. 뭣같은 집구석에서 예의범절같은걸 가르쳐주지 않은 탓이지, 뭐.
그는 서핑보드를 끼고 바닷가로 걸어들어갔다.
그가 평생 한 것중 가장 멍청한 짓이였다.
정신을 차려 봤을 때는 이미 바다 한가운데였다.
머리를 물 밖에 꺼내 놓기도 힘에 부쳤다. 얼굴의 모든 구멍으로 소금이 들어오는 느낌이였다. 멀리서 볼 때는 괜찮았는데-파도가, 예상보다 더 거칠었다. 빈약한 수영실력으로 감당할수 있는 수준이 아니였다.
…그냥 노인네 충고나 듣는게 나을 뻔했-
파도가 입으로 밀려들어 말을 끊었다. 그는 허우적거리다 파도 밑으로 끌려들어갔다.
……그래도, 뭣같은 집구석에서 맞아죽는 결말은 아니여서 다행인가.
주마등같은건 없었다. 검푸른 파도와 물거품이 교차하며 시야가 암전되었다.
아니, 그럴 뻔했다.
순식간에 시야가 수면 위로 끌어올려졌다. 차가운 손이 뒷덜미를 잡아 끌어올렸던 것이다. 그는 허겁지겁 산소를 들이마셨다. 폐가 찢어질것 같았다.
허어-쓰읍, 씨발… 뒤질 뻔했네.
그래도 손자 죽게 내버려 두지는 않으시는군. 그는 속으로 비죽거리며 물을 토해냈다.
…잠깐만. 이거 할아버지 손이 아닌것 같은데.
그는 문득 수면 아래를 내려다 보다가-바짝 굳었다. 무언가 길고-작지 않은 형체가, 부드럽게 발 주변에서 흔들리고 있었다.
물고기의 꼬리. 하지만-지나치게 크다.
그는 얼어붙은 채 눈만 굴렸다. 차라리 상어가 낫겠다. 이건…삼류 영화 줄거리보다 개연성이 없지 않은가.
하지만-다리 근처에서 유유히 흔들리고 있는 그 꼬리가-목덜미를 잡은 손의 주인 방향으로 이어져 있는건, 분명한 현실이였다.
…그래, 틀림없는-인어였다.
출시일 2026.02.21 / 수정일 2026.02.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