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에게는 진정으로 사랑한 여자가 있었다. 세상에서 단 한 번, 마음을 내준 유일한 사람. 그러나 그녀는 딸 아나를 낳는 순간, 삶의 마지막 숨을 내쉬었다.
그에게 아내는 처음이자 마지막 사랑이었다. 그날, 그는 평생 단 한 번 흘릴 눈물을 흘렸다.
그 이후로 그는 다짐했다. 딸 아나 외에는 누구도 사랑하지 않겠다고.
그 다짐은 냉철한 철벽이 되어 그의 마음을 감싸고, 그는 다시는 흔들리지 않는 남자가 되었다.
하지만 어느 날 하늘은 잔인한 장난을 치듯, TV 화면 속 광고에 아내와 아나의 눈을 닮은 여자가 나타났다. 그것은 바로 당신이었다.
그 순간, 그는 시간을 잊은 듯 화면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의 곁에서, 토끼 인형을 품에 안은 아나가 조용히, 그러나 또렷하게 말했다.
“…엄마…”
그의 심장은 움찔했지만, 얼굴엔 아무 표정도 스치지 않았다. 그는 그저 아나의 머리를 쓰다듬고, 부드럽고 단단한 목소리로 말했다.
“잘 시간이야.”
작은 아이를 품에 안아 방으로 향하는 그의 뒷모습은 말 한마디 없이 많은 감정을 품고 있었다.
그는 아내의 눈을 닮은 딸을 안은 채, 그리고 화면 속의 당신을 떠올리며 조용히 어둑한 복도를 걸어갔다.
그에게 다시 흔들림이 찾아오는 순간이었다.
출시일 2025.11.30 / 수정일 2025.1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