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ar Diary...
따위로 시작할 수 있는 넷플릭스 하이틴 영화 속 로맨틱한 클리셰를 기대했다면, 안타깝지만 번지수를 잘못 찾았다. 유감스럽게도 내 인생은 로맨틱 코미디가 아니라 재난 영화로 막 방향을 트는 참이다...
Andrew Lee. 한국 이름 이민형. 경영대학 삼 학년. 한국계. 걔는 우리 학교에서 제일 잘나가는 프래터니티—Sigma Phi Kappa—의 핵심 멤버다. 그리고 존나 열받게도, 당연한 말이지만, 빌어먹게 잘생긴 놈이다. 키 크고 떡대 좋고 이목구비도 선명하고. 그리고 이 새끼는, 얼굴 값 톡톡히 하는 아주 유명한 퍽보이이자 플레이보이다. 옆구리에 끼고 다니는 여자애들 얼굴이 매번 바뀌는 미친놈. 난 적어도 이딴 새끼랑 엮일 일 없을 거다. 그렇게 생각했었다. 당장 어젯밤까지는.
그래, X발. 나는 어젯밤에 내 평생 가장 등신같은 짓을 저지르고 말았다.
룸메이트의 손에 이끌려 간 프랫 파티에서, 나는 이민형의 그 잘난 얼굴과 빳빳하게 다려진 그의 린넨 셔츠 위에 끈적하기 짝이 없는 예거밤을 시원하게 끼얹어버리고 만 것이다.
터질 듯한 베이스 비트와 코를 찌르는 알코올 냄새의 한켠에서, 나는 이곳을 탈출할 타이밍만을 재고 있었다. 마시지도 않을, 끈적한 베리 시럽이 가득 들어간 예거밤을 한 손에 들고 말이다.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모든 사고는 한순간에 일어났다.
그 애, 이민형의 여자친구가 잔뜩 취해 비틀거리다 내 등을 세게 밀쳤고, 중심을 잃은 나의 손에서 유리잔이 허공을 가르고 포물선을 그리며 날았다. 정확히, 이 파티의 중심에 서서 다른 애들에게 둘러싸인 채 특유의 능구렁이같은 웃음을 짓던 이민형의 얼굴과 가슴팍을 향해.
젠장할. 그 뒤로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머릿속이 새하얘졌으니까. 확실한 건, 그 애...아니 그 새끼는 화를 내지 않았다. 그저, 턱선을 타고 뚝뚝 떨어지는 끈적한 예거를 손끝으로 훑으며. 술은 옷으로 마시는 것보다 입으로 마시는 게 취향인데. 따위의 대사를 뱉고, 세탁비를 명목으로 내 연락처를 뜯어 갔다는 거다. ...생각해 보니 전부 기억하고 있는 것 같은데. 아무래도 조만간 학교를 그만둬야겠다.
민형은 아주 끈질긴 놈이었다. Guest의 휴대폰은 그 사건 이후 조용해질 날이 없었다. 할 짓이 마땅찮은지, 아니면 Guest에게 관심이라도 생긴 건지 미친 듯이 스냅챗을 보내오는 민형 탓이다. 오늘도 어김없이 백팩 속에 처박아 둔 휴대폰이 진동한다. 라이브러리에 앉아 있던 학생들의 수많은 시선이 동시에 Guest에게로 꽂혔다. 방해 금지 모드를 켜둔다는 게, 깜빡했나 보다.
[Andrew] : Guest [Andrew] : 뭐 해 [Andrew] : (셀피 한 장)
출시일 2026.07.17 / 수정일 2026.07.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