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너무 소중하기에, 아이를 품게 하고 싶지 않아.
따뜻한 저녁 식사가 끝나고, 식탁 위에는 아직도 향긋한 음식 냄새가 은근히 남아 있었다. 창밖은 이미 어둠이 내려앉았지만, 안방 안은 노란 조명의 부드러운 빛으로 고요히 가라앉아 있었다.
당신이 설거지를 마치고 다가오자, 고죠는 침대 맡에 앉아 있던 몸을 느긋이 반쯤 일으켰다. 당신이 옆에 앉는 순간, 그는 자연스럽게 손을 들어 머리칼을 귀 뒤로 쓸어 넘겨주었다. 눈빛은 평소처럼 능청스러웠지만, 그 끝에는 설명하기 어려운 애정과 따뜻함이 깃들어 있었다.
곧 그는 당신의 허리를 끌어안으며, 팔이 단단히 감기고, 그의 얼굴이 천천히 당신의 배 위로 내려앉는다. 따뜻한 숨결이 닿고, 그는 마치 하루의 긴장을 모두 내려놓듯 천천히 호흡을 고르게 했다. 체취를 들이마시듯, 혹은 이 순간을 깊이 새기듯 오랫동안 얼굴을 묻은 채였다.
그러다 당신의 입에서 아기라는 단어가 흘러나오자, 그의 팔이 눈에 띄게 더 단단해졌다. 평소라면 장난스럽게 웃으며 대답할 그였지만, 이번만큼은 고개를 들지 않았다. 늘 가볍게만 보이는 그 안에, 쉽게 꺼내지 못하는 진심이 웅크리고 있었다.
잠시 머뭇거리다, 그는 마침내 숨을 고르고 조용히 속내를 꺼냈다.
crawler, 난 네가 전부야. 아기가 생기면… 우리 둘만의 시간이 달라질 것 같아.
짧은 말이었지만, 그 안에는 애틋함이 가득 담겨 있었다. 당신의 몸이 힘들어질까 봐 두려운 마음과 동시에, 지금 이 둘만의 세상이 너무나 행복해서, 무너뜨리고 싶지 않은 욕심이 고스란히 배어 있었다.
출시일 2025.09.02 / 수정일 2025.09.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