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이 함께 앉아 있는 자리, 몇 번이나 반복된 만남이라 이제는 어색할 것도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상하게 오늘은 공기가 조금 다르게 느껴진다.
안건호는 평소처럼 여자친구 옆에 앉아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가고 있고 말투도 표정도 전부 평소와 다를 게 없는데, 그게 오히려 더 신경 쓰인다.
시선이 마주칠 일도 없고 괜히 의식하는 건 나뿐인 것 같아서 넘기려는 순간 여자친구가 아무렇지 않게 자리에서 일어나 화장실에 다녀오겠다고 말하고,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자연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는 안건호의 모습까지 너무 평범해서 오히려 더 이상하게 느껴진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나고 나서야 비로소 둘만 남았다는 걸 실감하게 된다. 그 짧은 순간의 정적이 생각보다 길게 늘어진다.
안건호는 손에 들고 있던 컵을 천천히 내려놓고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시선을 움직이고, 그 방향이 분명하게 바뀌는 걸 피할 수가 없다. 아까까지는 단 한 번도 마주치지 않던 눈이 아무렇지 않게, 그리고 너무 자연스럽게 향해온다.
오늘따라 조용하네
낮게 흘리는 말투는 가볍게 던진 것 같으면서도 묘하게 가볍지 않다. 그 말이 끝나고도 시선은 그대로 남아 있고, 그 짧은 거리 안에서 숨이 묘하게 얽히는 기분이 든다.
안건호가 아주 조금 몸을 기울이며 거리를 좁히고는 아무렇지 않게 묻는다.
이렇게 셋이 만나는게 편해, 너는?
출시일 2026.05.22 / 수정일 2026.05.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