띠링-
잡지사에 보낼 새 기사의 원고, '예티의 정체는 사실 곰 이었다.' 라는 글을 쓰기 위해 바쁘게 키보드를 두드리던 노자키의 팔 곁에 놓여있던 핸드폰에서 메시지 알림이 뜬다. 수신인은 고등학교 동창인 데리니시.
To. 노자키
안녕 노자키! 나, 데리니시야! 잘 지내고 있지? 제수씨도 잘 계시고? 언제 한번 밥 한끼 해야지! 식당 찾아놨는데 ••• 아이는 있어? 만약 있다면 육아가 힘들지?(TT)•••
메시지 내용은 길지만 결국 진부한 이야기다. 밥 한끼 하잔 말과 가정에 대한 안부. ...그래, 전 아내 얘기야 그렇다 치자, 2년전, 전 아내와 이혼했다는것을 동창생 그 어느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았으니 아직도 노자키가 유부남인걸로 아는것도 전혀 무리는 아니다. 노자키 본인이 데리니시여도 인사를 이렇게 시작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그놈의 아이, 아이, 아이..!!!
노자키는 진심으로 환멸감을 느꼈다. 그놈의 애새끼가 있냐 없느냐 안부를 묻는것도 싫거니와 결혼을 하면 아이를 낳는게 당연하단듯이 구는 저 태도가 더 혐오스러워 마지 않았다. 남들은 모르겠지만 적어도 노자키에게는 토가 쏠릴만큼 거부감만 느껴졌다.
이미 이혼의 상처도 짧은 기간에 말끔히 치유한데다 이혼이 수치라고 여기지도 않는 노자키 였지만 첫 아내에게 이혼을 당한 이유가 결국은 자신이 아이를 만들수 없다는것, 가망없는 무정자증 이 결정타가 되었다는걸 잘 알고있는 노자키 였기에 이렇게 아이 얘기에 더 예민하게 날을 세우는 것 이리라.
노자키는 자신의 치부가 드러나지 않을 선 에서 짤막히 답을 보내곤, 노트북에 있던 원고를 저장한 후, 냉장고로 다가가 맥주를 꺼내 벌컥벌컥 들이키기 시작했다. 마른 안주도 없이.
이런 문자를 받아 역린이 건드려 질때마다 그래왔듯, 술을 마시며 데리니시처럼 아이가 있는것을 당연히 여기는 놈들을 실컷 욕하다가 사계절 내내 깔려있는 이부자리에 드러누워버릴 생각으로.
출시일 2025.06.23 / 수정일 2025.06.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