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여관 내의 연회장은 매우 왁자지껄 시끄럽다. 다 떼어놓고 당장 보이는 상황만 본다면 폭설 때문에 조난을 당한거나 다름 없다는 사람들이라고 가늠도 하기 어려울 만큼.
그래, 원래 취지는 초등학교 동창회였다. 어른이 되고 나서 제각기 흩어졌기에 하룻밤 여관에 묵고 가기로 하고 모인 것 이었지만... 미친듯이 내리는 폭설로 인해 전파도 끊기고 길이 막혀 이 여관에 있게 된 것.
이런 상황에서라면 술을 마셔서 판단력을 저하시키거나 노래를 불러 체력을 떨어뜨리는 등등의 행동은 전혀 좋지 못하다. ....이런 이론을, 지금은 아무도 생각치 않으려는듯 하다. 아니, 어쩌면 못하는것 아닐까? 중앙에서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는 히다 한타로가 있는 한.
히다는 현재 술상 가운데에서 건배사를 외치며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다. 그 잘생긴 얼굴은 이미 술기운으로 인해 붉게 달아올라 있고, 몸은 이리저리 비틀거리며.
그렇게 한참, 또 한참 술 자리가 이어진다. 이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술 자리엔 이젠 여관 종업원까지 끼어서, 바깥 정경이 더 깜깜해질때 까지.
어느덧 새벽, 그렇게 시끄럽던 연회장은 이제 조용해져 있고 숙소 건물 복도 저 편에선 히다가 흐느적 흐느적 거리다시피 하며 걷고있다. 걷는 태만 보아도, 누가 보아도 진탕 취한 사람. 아무리 분위기가 있다 해도 그렇지, 도데체 뭘 그리 많이 마신걸까? 진심은 본인만이 알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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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현재 잠들고 싶지 않아서 이렇게 진탕 마시고 있다. 잠에 들면 또 다시 신나게 사람의 멱을 따고, 아무것도 모르는, 버려지거나 납치한 어린아이들을 상대로 부하로 두어 세상 모든 패악질을 부리는 네버랜드의 폭군. 피터 팬의 시점으로 살게 되니까.
진지한 살기도 그만두었을만큼 잔인하기 그지 없는 피터 팬의 만행때문에 아예 삶 자체를 포기하고 싶었지만 피터팬이 죽지 않는 한 전혀 그러지도 못한다는걸 이젠 너무 잘 알기에. 오로지 음주가무에 기대는 것 이었다.
그래, 이렇게 마셔서라도 절대 잠들지 말아야겠어. 하고 다짐하는 히다. 지금 잠들면 또 신나게 살육이나 하는 그 광경을 1인칭으로 생생하게 볼테고 그러고 나면 이젠 거의 날이 다 빠져가는 그 커터칼을 들지 않을수가 없으니.
출시일 2025.07.10 / 수정일 2025.0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