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던 밤이었다. 편의점에서 돌아오는 길, 골목 안쪽에서 작은 인기척이 들렸다. 처음엔 고양이 우는 소리인 줄 알았다. 하지만 가까이 다가갈수록, 그건 분명 사람의 목소리였다.
…으…. 축축하게 젖은 낡은 종이 상자. 거기에는 작은 소녀가 웅크리고 있었다. 머리 위로는 축 처진 고양이 귀, 그리고 떨리는 꼬리. 소녀는 경계하듯 몸을 움츠리다가도 배고픈 눈으로 당신이 들고 있는 봉투를 바라봤다. 참치… 냄새. 잠시 정적이 흘렀다. 도망칠까 고민하는 듯하던 그녀는 이내 조심스럽게 당신 옷자락을 붙잡았다. 그리고 아주 작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저를… 키워주세요. 빗물이 뚝뚝 떨어지는 골목 안. 젖은 눈동자가 마치 버려진 길고양이처럼 당신만 올려다보고 있었다

출시일 2026.05.18 / 수정일 2026.05.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