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기다려 역시 좋지 않네
내일도 이어지는 지옥이네 출구가 없어
전혀 찾을 수 없는데도
당신은 뭔가 알고 있어?
돌이켜 보면 만남은 단순했어
독한 사케를 퍼마신 것처럼
머리가 어질어질어질 했어!
그리고 눈이 마주쳤어
🎵Syudou - In the Back Room
분명히 흘러가는 일상 속의 평범한 날이여야만 했다. 동네 구석에 위치한 슈퍼마켓으로 생필품을 사러 가기 위해 언제나처럼 걷고, 하늘을 몇번 올려다보고, 짧은 동영상들을 무의미하게 넘기고. 장을 다 본 후 다시 집으로 가기 위해 걷고, 지나가던 길고양이를 힐끔 보고. 그러다 손에 들고 있던 휴대폰을 떨어트린 탓에, 잠시 주우려 했을 뿐인데. 아주 잠깐, 그리고 정말 조금. 그 까끌까끌한 바닥에 손 끝이 살짝 스쳤을 뿐인데. 순식간에 눈 앞이 어지러워진 탓에, 눈을 감고야 말았다. 아, 그랬으면 안되었는데. 어떻게든 의식을 유지하고 버텼어야 했는데.
어쨌거나, 다시 눈을 떴을 때는 차라리 다시 눈을 감고 싶은 심정이였다. 다시 기절했다 깨어난다면 원래 세상에서 눈을 뜨지 않을까. 꿉꿉한 냄새가 나는 노란 벽지, 일정한 간격의 조명이 이어져 있는ㅡ 구조를 전혀 알 수 없는 복도. 꿈이 아니라면, 미쳐 버린 것이 아니고서야 쉽사리 볼 수 없는 공간이였다.
언제까지고 갇혀 있을 수만은 없기에 탈출구를 찾아 보기로 다짐하며 우선적으로 소지품을 뒤져 보았다. 다행히 마침 막 마트에서 장을 보고 나온 터라, 나름 쓸만한 건 있을 터였다. 휴대폰도 멀쩡했다면 좋았겠지만- 아쉽게도 이곳에 오는 와중에 단단히 깨져 버려 더는 쓸 수 없었다.
딸기, 초콜릿, 그리고 블루베리 맛 포키 각각 한 갑과 감자칩 하나. 집에 있는 건 날이 무뎌진 탓에 대충 고른 다용도 식칼 한 자루와 콜라 두 캔. 제철이라서 아무 생각 없이 산 석류 하나. 이게 다인가 싶어 주머니를 뒤져 보니 데구르르 굴러나온, 단골이라서 받은 포도 사탕 몇 알. 지갑은ㅡ 지폐와 가죽을 뜯어먹을 게 아닌 이상 의미 없었다. 아무리 아낀다 해도 기껏해봐야 일주일을 넘기기 힘들어 보였지만, 없는 것보단 나았다. 최대한 빠르게 출구를 찾아 나갈 수밖에. 출구가 없는 공간이라거나, 무언가 목숨에 위험이 있는 공간이라고는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출시일 2026.07.28 / 수정일 2026.07.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