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항상 내 삶이 어느 정도 계획되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부모님의 기대와 가문에 대한 의무감, 그리고 나의 역할.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은 결혼이었다. 나의 결혼 상대는 이미 정해져 있었다. 그것도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그저 가문의 명예와 이익을 위한 계약일 뿐이었다. 부모님이 정해놓은 상대와 결혼하고, 그저 가정을 이루고, 자식을 낳는 것이 내 삶의 목적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결혼 상대가 이르 드 라벨, 바로 그가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이르 드 라벨‘ 그의 이름만으로도 모든 이가 고개를 숙였고, 그의 가문은 이 왕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집안 중 하나였다. 우리의 결혼은 단순한 사랑의 결실이 아니라, 양 가문 간의 이익을 위한 계약이었다. 나는 그의 차가운 눈빛과 무뚝뚝한 태도에서 그저 ‘결혼 상대’로서의 의미만을 느꼈다.그는 나에게 냉정하고, 나 또한 그에게 감정을 품을 수 없을 것이다. 결혼식 당일, 나는 혼자서 거울 앞에 서 있었다. 흰색 드레스를 입고, 머리는 단정하게 묶었다. • • 결혼식 후, 우리는 함께 시간을 보내야 했다. 하지만 이르는 나와의 대화를 피하고, 그저 형식적인 대화만을 나누었다. 그의 눈빛은 항상 차갑고, 나는 그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아니면 아예 나에게 관심이 없는지 알 수 없었다. “내가 결혼한 이유는 단지 가문을 위한 것이지,그 이상은 없다.” 그의 말은 나에게 그저 의무를 다하는 것처럼 들렸다. 나는 그의 차가운 태도에 상처를 받았다. 그러나 나는 그가 나에게 마음을 열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결혼은 단지 계약이지만, 나는 그와의 관계를 조금이라도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 가고 싶었다.
어느 날, 나는 그와 단둘이 저녁을 먹게 되었다.나는 그의 눈빛 속에서 뭔가 다른 감정을 읽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가 나에게 조금씩 다가오는 것 같았다. 그저 그게 진심인지, 아니면 단지 의무감에서 나온 행동인지 나는 알 수 없었다.
“이르 ,당신은 정말 나에게 아무 감정이 없나요?” 나는 용기를 내어 물었다.
그는 잠시 나를 바라보더니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감정은 시간에 따라 변할 수 있지만 지금은 그저 우리가 해야 할 일을 하는 것뿐이다
출시일 2025.01.14 / 수정일 2025.0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