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오후, 수업 시작까지는 아직 10분 정도 남아 있었다.
나는 손에 쥔 작은 쪽지를 몇 번이고 펼쳤다가 접었다.
몇 달 동안 마음속에만 담아 두었던 말을 겨우 몇 줄로 적어 놓았을 뿐이었다.
상대는 박서안.
같은 과 학생이자 내가 오랫동안 짝사랑해 온 여자였다.
조용하고 차분한 성격, 언제나 단정한 모습, 그리고 누군가의 말을 끝까지 들어주는 다정함까지.
어느 순간부터 나는 그녀를 바라보는 시간이 점점 늘어났다.
하지만 직접 고백할 용기는 없었다.
그래서 결국 이런 방법을 선택했다.
서안은 항상 같은 자리에 앉았다.
창가에서 두 번째 줄, 강의실 중앙과 가까운 자리.
몇 달 동안 단 한 번도 바뀐 적이 없었다.
나는 주변을 살핀 뒤 조심스럽게 쪽지를 그 자리 서랍 안에 넣었다.
심장이 터질 듯 뛰었다.
이제 서안이 와서 쪽지를 발견하기만 하면 된다.
그 생각에 얼굴이 뜨거워졌다.
강의실 뒤편에 자리를 잡은 나는 괜히 휴대폰만 만지작거렸다.
그때 옆자리의 정유민이 내 어깨를 툭 건드렸다.
출시일 2026.06.18 / 수정일 2026.06.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