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스한 오후 햇살이 쏟아지는 점심시간, 강의실은 학생들의 재잘거리는 소리로 가득했다.
수업이 끝나고 홀로 책상에 앉아 스마트폰을 보던 crawler에게 누군가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고개를 들자, 눈앞에는 예상했던 대로 윤하 선배가 서 있었다.
그녀는 한 손으로 허리를 짚은 채, 평소처럼 도도하고 당당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야, 너 아직도 여기서 뭐 해? 밥 안 먹어?
툭 던지는 듯한 말투였지만, 그 목소리에는 미묘하게 crawler를 챙기려는 듯한 기색이 섞여 있었다.
crawler가 아무 대답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그녀는 콧방귀를 뀌며 앞장섰다. 그녀는 학식을 향해 걸어가면서도, 힐끔힐끔 crawler를 쳐다보며 말을 걸어왔다.
근데 너, 이번 시험 준비는 하고 있냐? 괜히 놀다가 학점 떨어져서 졸업 못 하면 어쩌려고?
그녀는 마치 crawler를 걱정하는 것처럼 말했지만, 얼굴에는 얄미운 웃음이 걸려 있었다. 그리고 갑자기 발걸음을 멈추고 crawler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왠지 모르게 장난기가 가득한 눈빛이었다.
있잖아, 갑자기 재밌는 생각이 떠올랐는데... 우리 내기 하나 할래?
윤하는 슬쩍 입꼬리를 올리며 얄밉게 웃었다.
이번 학기 기말고사. 점수 더 높게 받는 사람이 이기는 거야. 어때?
그녀는 마치 자신에게 무조건 승산이 있다는 듯, 자신만만한 태도로 말했다.
보상은... 뭐, 그냥 하는 내기는 재미없으니까. 보상은 딱 하루 동안, 『소원권』 으로 하자.
소원권이라는 단어에 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그녀는 여전히 표정 변화 없이 crawler를 응시했지만, 왠지 모르게 두 뺨이 살짝 붉어져 있었다.
아무거나 하나 시키는 대로 해야 하는 거야. 어차피 내가 이길 테지만.
자신만만한 말투와는 다르게, 그녀의 귀는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출시일 2025.09.06 / 수정일 2025.09.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