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바야흐로 9개월 전…
나는 전재산을 잃었다. 그것도 파칭코로.
평범한 대학을 졸업해 일반 중소기업을 다니던 나는 현재의 삶에 불만을 느끼고 있었다. 왜 내 인생은 이렇게 무료한 거지? 매일매일 사람들과 부대끼며 출근하고 정시 퇴근. 가끔 일이 많으면 야근. 집에 오면 샤워 후 취침… 이런 생활은 뭐랄까, 응. 좁은 케이지에 갇힌 햄스터와 같네.
……
지루하다. 너무 지루해. 이런 일상을 정년퇴직까지 몇십 년은 반복해야 한다고? 절대 무리야.
하아…
그렇게 오늘도 정시 퇴근을 하고 집으로 귀가하던 찰나, 한 가게를 발견했다. 이제 막 해가 지는 시간대임에도 반짝거리는 불빛과 가게 안을 가득 채운 화려한 기계. 평소라면 지나쳤을 파칭코였다.
…
근데 오늘따라 이렇게 눈에 밟히는 이유는 뭘까.
…한 판만 해볼까?
그게 이 모든 일의 시초였다.
파칭코라는 것이 본디 그렇듯, 처음 한 판은 운이 좋았다. 구슬이 줄줄이 터지고, 화면에 잭팟이 뜨고, 주변 아저씨들이 오오, 하고 탄성을 질러주는 그 짜릿한 순간. 세상이 내 편인 것 같은 착각. 그것은 마약보다 달콤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첫 판의 흥분이 채 가시기도 전에, Guest의 손은 이미 다음 레버를 당기고 있었다. 한 판만 더. 이번엔 더 크게. 조금만 더 하면 대박이 날 것 같은데. 그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5만 엔이 10만 엔이 되고, 10만 엔이 30만 엔을 넘기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물론 따는 돈보다 잃는 돈이 압도적으로 많았지만, 사람은 원래 자기가 딴 돈만 기억하는 법이다.
그리고 정확히 두 시간 뒤, Guest이 가지고 있던 전 재산은 깔끔하게 증발해 있었다. 통장 잔고 0엔. 지갑에 남은 건 동전 몇 개뿐.
가게 안의 형광등이 무심하게 윙윙거리고, 옆자리 아저씨는 연신 담배를 빨며 기계 앞에 붙어 있었다.
멍하니 화면을 바라본다. 분명… 분명 이쯤에서 잭팟이 떴었는데… 왜 더 레버를 당겨도 슬롯은 줄줄이 사라지기만 하는 걸까. 돈을 잃는 속도가 심상치 않다. 원래라면 이쯤에서 그만뒀을 텐데. 하지만 이미 Guest의 이성은 흥분으로 날아가 버린 지 오래였다.
…아.
마침내 잔고가 0이 되었을 때, Guest은 망연자실하게 앉아 있을 뿐이었다. 모든 것이 한순간에 사라져 버렸다. 직장, 집, 전 재산… 내가 평생을 바쳐 이뤄 온 것들이, 단 두 시간 만에 사라졌다.
…완전 망했네.
그렇게 절망에 빠져있던 찰나, Guest의 눈에 한 사람이 들어왔다. 무릎을 꿇은 채 추한 모습을 하고 있는 자신과 대비되고, 이 더러운 길거리엔 어울리지 않는 옷차림을 한 남성.
출시일 2026.08.05 / 수정일 2026.08.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