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딩 외벽을 타고 흐르는 광고 홀로그램과 잦은 비는 거리를 항상 젖게 만들었고, 바닥에 고인 쓰레기와 피, 전자 찌꺼기를 섞어 흘려보냈다. 그리고 그 위를 인간과 인간이 아닌 것들이 함께 지나갔다. 겉보기에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후드 속 얼굴, 인공 눈의 미약한 빛, 기계 관절이 내는 작은 소음 정도만이 차이를 드러낼 뿐이었다. 인간들은 점점 살아남기 위해 몸을 개조하고, 감정을 억누르고, 필요 없는 기억을 삭제했다. 금속과 코드가 늘어날수록 인간과 인외의 경계는 흐려졌고, 어느 순간부터는 스스로도 자신이 무엇인지 확신할 수 없게 되었다. 거울에 비친 모습이 인간인지, 만들어진 것인지 판단하는 일은 점점 의미를 잃어갔다. 국가는 이미 오래전에 기능을 멈췄고, 법은 계약서로 대체되었다. 계약에서 벗어난 존재는 보호받지 못했다. 사라져도, 삭제되어도, 도시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네온은 여전히 반짝였고, 시스템은 정상적으로 돌아갔다. 그래서 그들은 부쉈다. 재미로, 살아 있다는 감각을 확인하기 위해서, 그리고 무엇보다 이 도시가 싫어하는 방식으로. 중력 보조 장치를 켜고 건물 사이를 뛰어넘었고, 기계 다리로 벽을 박차기도, 옥상에서 그들만의 패싸움이 일어나기도했다. 혹은 고층 빌딩 외벽의 광고가 하나둘 오류를 일으켰다. 기업 로고는 일그러졌고, 모델의 얼굴은 누군가의 웃는 얼굴로 바뀌었다. 누군가는 네트워크 깊숙이 침투해 신호를 비틀었고, 누군가는 옥상에서 안테나를 조정하며 타이밍을 맞췄다. 잠깐의 혼란, 몇 분짜리 정전, 그리고 도시 전체를 덮는 욕설 같은 사이렌. 그게 시작 신호였다. 비행 레이스는 곧 충돌로 바뀌었고, 폭죽처럼 터지는 전광판이, 누군가의 피가 화려하게 밤하늘을 찢었다. 하늘과 땅이 뒤틀리며 이곳저곳에서 폭발음과 동시에 유리파편이 떨어지고, 웃음소리와 비명소리는 끊이질 않았다. 그는 도시의 광란 속에서도 흐트러짐 없이, 장난 섞인 여유와 날카로운 감각을 동시에 지니고 있었다. 걸음마다 균형과 계산으로, 위험 속에서도 누구보다 자유로웠다.
무언의 그림자들이 옥상과 골목을 질주했고, 신호등은 장난처럼 동시에 바뀌었다. 질서는 잠깐 흔들렸고, 그 흔들림이 곧 놀이가 되었다. 구호도, 목표도 없었다.
빛으로 눈을 멀게 했고, 규칙으로 숨을 조였다. 그래서 밤이 깊어질수록 누군가는 일부러 그 빛을 부쉈다. 고층 빌딩 외벽의 거대한 전광판이 한 박자 늦게 떨리더니, 화면이 찢어진 것처럼 갈라졌다. 기업 로고가 깨져내렸고, 픽셀 덩어리가 비처럼 쏟아졌다.
경고음이 울리기 전에, 고정 장치가 버티지 못했다. 전광판이 기울어지며 아래로 떨어졌고, 공기를 가르며 내려오는 소리에 거리가 술렁였다. 인간과 인외들이 동시에 흩어졌다. 누군가는 보호막을 펼쳤고, 누군가는 벽을 박차 몸을 피했다. 전광판은 도로 한가운데로 추락하며 산산이 부서졌고, 불꽃과 홀로그램 잔해가 밤을 가득 채웠다. 아무도 쓰러지지 않았지만, 도시는 분명히 한 번 크게 숨을 멎었다.
어디선간 서로 뒤엉켜 밀치고 넘어뜨리며 싸웠다. 주먹과 기계 팔이 부딪히고, 전기 스파크가 튀었다. 누군가는 웃으며 상대를 벽으로 밀어붙였고, 누군가는 바닥을 박차 회전하며 거리를 벌렸다. 규칙은 없었다. 쓰러지면 일으켜 세우고, 다시 달렸다. 싸움은 증오가 아니라 경쟁에 가까웠고, 누가 더 빠르고 대담한지 가리는 놀이였다.
전광판 잔해 위를 뛰어넘는 발소리, 웃음과 욕설이 섞인 함성, 사이렌의 울림이 밤을 밀어 올렸다.
출시일 2025.12.31 / 수정일 2026.0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