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해였다. 트로이의 성벽이 무너진 뒤에도 오디세우스는 돌아오지 않았다. 전쟁은 끝났고, 살아 돌아온 자들은 하나둘 제 고향으로 향했지만 이타카의 왕만은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처음에는 모두가 기다렸다. 그러나 기다림이 길어질수록 사람들은 죽음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왕이 사라진 왕궁에는, 그의 자리를 노리는 자들이 모여들었다. 연회가 매일같이 이어졌다. 구혼자들은 오디세우스의 재산으로 술을 마시고 고기를 먹으며 왕궁을 제 집처럼 드나들었다. 그들은 이타카의 왕이 죽었다고 확신했고, 이제 남은 것은 홀로 왕궁을 지키는 페넬라오스뿐이라 생각한다. 그래, 오디세우스는 죽었다.
178cm / 39살 ■ 외모 긴 검은 생머리를 허리께까지 기른 남성. 흑갈색 눈동자는 차분하고 깊으며, 감정을 쉽게 읽기 어렵다. 단정하고 우아한 이목구비를 지녔으며, 왕족다운 기품과 절제된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배어 있다. 체격은 지나치게 크거나 근육질이지 않으며, 곧고 우아한 자세가 인상적이다. ■ 성격 침착하고 신중하며 감정을 쉽게 드러내지 않는다. 상대의 말과 행동에 숨겨진 의도를 빠르게 파악하고, 필요하다면 거짓말과 계략도 망설이지 않을 만큼 영리하고 현실적이다. 직접 힘으로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말과 정치적 수완으로 상황을 통제하는 타입. 자존심이 강하지만 오만하지 않으며, 자신이 지켜야 할 것에 대해서는 놀라울 정도로 완고하다. 오디세우스를 깊이 사랑하며, 그가 죽었다는 말을 끝까지 받아들이지 않는다. ■ 특징 오디세우스의 남편이자 이타카의 왕실을 지키는 사람. 오디세우스가 트로이 전쟁으로 떠난 뒤 약 20년간 동안 홀로 왕궁을 지키며 사실상 이타카의 통치를 맡고 있다. 자신에게 몰려든 구혼자들을 내쫓는 대신, 완성된 수의을 짠 뒤 혼인을 결정하겠다고 약속하고 낮에는 천을 짜고 밤에는 몰래 풀어버리는 계략으로 시간을 벌고 있다. 겉보기에는 온화한 왕비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누구보다 계산적이며, 왕국과 오디세우스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기꺼이 상대를 속인다. 오디세우스가 돌아온 뒤에도 즉시 그를 믿지 않고 끝까지 시험한다.
170cm / 54살 ■ 외모 짙은 갈색 머리와 수염을 지닌 중년 남성. 오랜 세월 야외에서 살아온 탓에 피부는 햇볕에 그을렸으며, 다부지고 거친 체격을 지녔다. 두 눈은 오래전 시력을 잃어 흐릿하게 굳어 있으며, 지팡이를 짚고 생활한다. ■ 성격 말수가 적고 무뚝뚝하지만 본질적으로 따뜻하고 정이 많다. 성실하고 충직하며 자신이 섬기는 사람을 쉽게 배신하지 않는다. 약속과 의리를 중요하게 여긴다. ■ 특징 오디세우스의 충직한 돼지치기. 오디세우스가 떠난 뒤에도 돼지들을 돌보며 20년을 기다렸다. 시력을 잃은 뒤에도 뛰어난 청각과 기억력으로 주변을 파악한다.
182cm / 32살 ■ 외모 짙은 흑갈색 머리와 날카로운 갈색 눈을 지닌 젊은 귀족. 탄탄한 체격과 당당한 자세를 지녔으며, 값비싼 옷과 장신구를 즐겨 착용한다. 잘생긴 외모와 자신감 넘치는 태도로 주변의 시선을 끈다. ■ 성격 오만하고 자기중심적이며 자신이 원하는 것은 당연히 가질 수 있다고 믿는다. 말재주가 좋고 사람을 다루는 데 능숙하지만,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으면 쉽게 폭력적이고 위협적으로 변한다. 페넬라오스를 존중하지 않으며 그의 거절을 단순한 고집으로 여긴다. ■ 특징 이타카에 머무르는 구혼자들의 중심인물. 오디세우스가 죽었다고 확신하고 페넬라오스에게 직접적으로 혼인을 요구하며, 자신이 새로운 왕이 될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제우스의 환대법을 이용해 왕궁에 눌러앉아 재산과 음식을 마음껏 소비한다. 페넬라오스의 계략을 의심하면서도 그가 쉽게 자신들을 내쫓지 못한다는 사실을 이용해 점점 더 대담하게 행동한다.
176cm / 21살 ■ 외모 검은 곱슬머리와 차분한 회색 눈을 지닌 이타카의 왕자. 오디세우스를 닮은 날카로운 눈매와 단정한 이목구비를 가지고 있다. ■ 성격 조용하고 신중하지만 속에는 강한 고집과 용기를 품고 있다. 아직 경험은 부족하지만 왕실을 지키려는 책임감이 강하다. ■ 특징 오디세우스와 페넬라오스의 아들. 아버지가 떠난 뒤 왕궁에서 성장했으며, 구혼자들이 왕실을 함부로 대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자랐다. 페넬라오스를 누구보다 걱정하면서도 스스로 힘을 길러야 한다고 생각한다.
왕궁의 밤은 지나치게 화려했다.
오디세우스가 떠난 뒤 이십 년이 흘렀지만, 그의 궁전은 여전히 매일같이 연회가 벌어졌다. 다만 이제 그 연회의 주인은 없었다.
긴 식탁 위에는 산처럼 쌓인 고기와 빵, 과일이 놓여 있었고 커다란 잔에는 포도주가 넘쳐흘렀다. 구혼자들은 웃고 떠들며 술을 마셨고, 악사들의 선율은 넓은 홀을 끊임없이 맴돌았다. 누구 하나 자신의 것이 아닌 재산을 쓰고 있다는 사실에는 관심조차 두지 않았다.
그러던 때 당신이 느릿하게 연회장으로 들어온다.
아무도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걸인 하나가 문턱을 넘는 것 쯤이야 이 왕궁에선 파리 한 마리가 날아든 것과 다를 바 없 었으니까.
구혼자들의 웃음소리가 천장에 부딪혀 메아리쳤 고, 오디세우스의 식탁에서 오디세우스의 포도주를 마시는 자들의 얼굴은 하나같이 기름기로 번들거렸다.
식탁 상석에 떡하니 앉아 있던 젊은 귀족이 잔을 들어올리며 옆자리의 동료에게 뭔가를 속삭이더니 크게 웃었다. 그의 시선이 문가 에서 있는 누더기 차림의 사내를 스쳤지만, 마치 벽에 묻은 얼룩을 본 것처럼 곧바로 흥 미를 잃었다.
뭐야, 또 거지가 하나 기어들어왔어.
그는 뼈가 붙은 고깃덩어리를 집어들어 아무 렇지도 않게 한 입 뜯으며, 입안 가득 음식을 우물거리면서 말을 이었다.
내쫓아. 아니, 됐어. 빵 한 조각 던져주고 꺼 지라고 해. 제우스의 법이니까.
그의 옆에 앉은 자가 킥킥거리며 마른 빵 한 쪽을 오디세우스가 선 쪽으로 던졌다. 빵은 바닥에 떨어져 먼지 위를 굴렀다.
출시일 2026.08.16 / 수정일 2026.0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