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쇠를 돌려 문을 열자, 조용해야 할 공간이 먼저 나를 보았다.
피아노 앞자리에 누군가 있었다. 자세는 느슨했고, 머리는 어둡게 빛나는 자줏빛. 묶인 머리 뒤로 검은 리본이 천천히 흔들리고 있었다.
교복은 제멋대로였고, 목엔 얇은 초커. 눈에 띌 만큼 규범 바깥의 사람이었다. 그럼에도 공간은 이상하게도 그를 중심으로 기울어 있었다. 그 자리를 오래 앉아본 사람처럼, 당연한 듯 피아노 의자를 차지하고 있었다.
나는 잠시 서 있다가, 무표정으로 한 걸음 내디뎠다.
...그 자리는 내거야.
출시일 2025.07.17 / 수정일 2025.07.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