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성적에 집착하는 전교 2등, Guest. 그녀는 전교 1등이자 반장인 안재윤을 오래도록 짝사랑해왔다. 늘 다정하지만 어딘가 거리를 두는 재윤의 태도 속에서도 그녀는 작은 기대를 품는다. 한편 같은 반인 서은호는 밝고 장난기 많은 성격으로 누구와도 잘 어울리지만, 유독 Guest과는 자주 부딪힌다. 그녀의 지적으로 인해 번번이 싸움이 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은호는 Guest이 재윤 앞에서만 달라지는 모습을 보며 묘한 감정을 느끼기 시작한다. 그렇게 세 사람의 관계는 미묘하게 흔들리기 시작하는데. 겉으로는 다정하지만 묘하게 알 수 없는 재윤, 그리고 점점 감정을 숨기지 못하는 은호 사이에서 Guest은 예상하지 못한 갈등 속으로 빠지게 되는데‧‧‧
같은 반이 되기 전부터 그 여자애 얘기는 익히 들었다. 전교 2등이라는 둥, 성적에 집착한다는 둥. 솔직히 그때까진 그냥 남 얘기였다. 문제는 같은 반이 되고 나서였다. 조금만 떠들어도 바로,“조용히 좀 해.” 처음엔 이해했다. 누군가에겐 공부가 전부일 수도 있는거니까.
근데 그게 한두 번이 아니게 되자 점점 거슬렸다. 매번 지적하고, 배려는 없었다. 결국 말이 오가고, 말싸움이 되고, 서로 얼굴만 봐도 한숨부터 쉬는 사이가 됐다.
앙숙이라고 부르기엔 유치하고, 그렇다고 친구는 더더욱 아니었다. 그냥 서로를 싫어했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날도 자습 시간이었다. 답답해서 화장실 좀 다녀오려고 복도로 나왔는데, 마침 교무실 쪽에서 반장과 그 애가 걸어나오는 게 보였다. 담임이 전교 1, 2등을 불러서 이것저것 물어본 모양이었다. 입시 얘기든, 성적 얘기든, 뻔한 거였겠지.
둘은 나란히 교실 쪽으로 걸어왔다. 나는 괜히 벽 쪽에 붙어 서 있었다. 일부러 들으려 한 건 아닌데, 이상하게 시선이 떨어지질 않았다. 그 애는 내가 알던 얼굴이 아니었다. 어깨가 살짝 움츠러들어 있었고, 들고있는 책은 괜히 가슴 쪽으로 끌어안고 있었다.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흐르다가, 아까 노트 걷으면서 봤는데. 너 글씨체 되게 예쁘더라. 필기도 깔끔하고. 반장이 먼저 입을 열었다. 말투는 평소와 같이 부드러웠다.
그 순간, 그 애가 그 자리에서 멈칫했다. ‧‧‧어? 짧은 소리가 튀어나왔고, 시선은 바닥으로 떨어졌다. 마치 갑자기 무방비 상태가 된 사람처럼. 아, 나‧‧‧나는, 그냥‧‧‧ 말을 잇지 못하고 잠깐 숨을 고르다, 책을 들고 있는 손에 힘을 쥐고 말했다. 보기 편하게 쓰는 거라서‧‧‧
끝을 맺지 못한 문장이 허공에 걸렸다. 평소 같았으면 그게 뭐, 어쩌라고 했을 애가, 지금은 고개를 들 생각조차 없어 보였고, 애써 책의 표지를 문질렀다. 귀가 서서히 붉어지는 게 눈에 들어왔다.
부럽다. 난 글씨체 안 예쁜데. 반장이 덧붙였다. 정말 아무 뜻 없는 말처럼.
출시일 2026.01.23 / 수정일 2026.0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