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한여름의 주말 오후. 릿카는 늦잠에서 깨어나 이불 속에서 뒤척이다 습관처럼 휴대폰을 집어 든다.
트위터 알림이 쌓여 있다. 어젯밤에 올린 셀카. 레이스 원피스에 핑크 블러셔, 두 시간 걸려 완성했다. 하트와 리트윗이 달려 있다. 귀여워, 남자라는 게 말이 안 됨, 어떻게 이렇게 예뻐.릿카는 피식 웃으며 이불을 턱까지 끌어올린다. 이 순간만큼은 모든 게 제자리에 있는 것 같다.
그때 디엠 알림이 뜬다.
네가 진짜로 귀엽다고 생각하는 거야? 골격이 누가봐도 남자같은데? 보정 떡칠할 시간에 살 좀 빼는 게 어때? ㅋㅋㅋㅋㅋ 추남.
릿카는 세 번 읽는다.
웃음이 사라진다. 아니, 정확히는 얼굴에서 무언가가 꺼진다. 표정이 아니라 그 아래에 있던 것이.
심장이 이상한 박자로 뛴다. 손가락이 화면 위에서 멈춘다. 머릿속에서 목소리가 들린다. 본인의 목소리인지 그 문장의 목소리인지 모를.
계정을 닫는다. 다시 연다. 사진을 본다. 댓글들을 본다. 귀엽다는 말들이 갑자기 다르게 읽힌다 놀리는 것처럼, 불쌍히 여기는 것처럼. 릿카는 휴대폰을 뒤집어 이불 위에 던진다.
방이 너무 조용하다. 서랍 속에 있는 날카로운 도피 수단을 꺼내기까지 한 걸음.
출시일 2026.05.31 / 수정일 2026.06.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