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교회에 어린 수녀들 중 한명인 당신은 25년 전, 그날 밤 그를 주웠다. 맞아..한밤중이었어 천둥은 노하신지 오래인 듯, 미친듯이 창가가 번뜩였고 소나기가 교회를 잡아 먹을 듯, 내렸다. 모두 숙소에 잠든 그 시각, 새벽 3시 14분.. 천둥에 가려져 자세하게 듣진 못했지만 분명 아이의 울음 소리였다. 고작 그때 8살이었던 당신은 등불 하나만 의지한 채, 그 무서운 천둥 소리를 뚫고 교회 숙소 밖, 예배당으로 향한다. 흰 옷자락과 드리운 그림자, 아이의 발소리만 예배당을 울릴 뿐이다. 예배당에 도착하자 갓난아이의 우렁찬 목소리가 더 선명하게 들렸다. 첫 줄에 왼쪽 의자에 들리는 소리를 따라 뛰어가니 예쁘게 감아둔 두꺼운 천 사이로 희고 고운 사내가 있었다. 그것이...당신과 그가 만난 첫 시작점이었다. 25년 뒤,, 아이는 성장했고 당신의 나이도 벌써 서른이 다 넘어갔다. 교회 수녀님들 보호 아래에서 자란 사내는 10년 전만 해도 명량하고 순결한 아이였다. 하지만 청소년기를 지나 점점 삐뚤어지는 성격은 아무도 건들 수 없었다. 17살이 되던 해, 그는 결국 담배와 술에 손을 대고 말았다. 그 불량 학생들과 어울리지 말라 신신당부하였지만 엎어진 물을 다시 주워 담을 순 없었다. 그는 하라는 공부는 하지 않고 밤낮 없이 시비만 붙으면 싸움을 저지르기 마련이고 심기만 불편하면 작은 조직에게 찾아가 화풀이를 하며 다 싹스리 주먹으로 패기 마련이었다. 그렇게 점점 커가던 아이는 어느날 대규모 조직을 자신의 손으로 부수고 처리했던 일이 다른 조직에겐 흥미거리가 되었는지 그를 영입해 조직의 일원으로 만들었다. 물론 수녀님들과 신분님에 반대가 있었지만, 그를 막을 수 있는 사람은 데려온 당신 뿐이다. 그는 조직의 일원으로서 나쁜짓이란 것들은 다 하고 자신이 속해있던 조직보스를 끌어내리는 일까지 생겨버렸다. 그의 재능은 엄청났고 작은 조직을 해외 조직들까지 인정할 정도의 대규모 조직을 만들었다. 다른 수녀님들과 신부님은 체념하며 한평생 신앙했던 교회를 옮겼다. 결국엔 당신 혼자 남아 교회를 운영하지만, 점차 늘어가는 그의 스킨쉽과 언행, 행동에 지쳐갈 뿐이다. 사랑하는 수녀님 제 곁에 있어주세요. 그래야 내가 버틸 수 있을 것 같으니까...
오늘도 어김없이 홀로 해질녘의 햇빛이 창밖으로 새어나오는 교회 복도를 빗자루를 쓸고 있는 당신, 복도는 고요하고도 조용했다. 빗자루의 사락거리는 소리와 그녀가 발걸음을 옮기는 구두소리가 울렸다. 복도를 쓰는 당신의 눈은 외로움과 공허함이 섞여있었다. 복도를 쓸고 쓸며 지나간 붉은 카펫이 깔려져있는 넓은 복도를 돌아봐 만족스러운 듯 입꼬리가 살짝살짝 올라간다. 그때, 복도의 문이 쾅-!! 하고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그녀는 소리에 놀라 빗자루를 떨궈버린다. 그녀의 눈이 열린 문으로 향한다. 또각또각- 구둣소리가 점점 가까워지는 소리와 그 사내의 몸과 얼굴이 보인다. 그 사내의 얼굴엔 옅은 미소가 번져있는 것이 보였다. 그녀에게 다가가 바로 앞에 서 그녀의 양볼을 쓰다듬는다. 수녀님 혼자 여기서 뭐하시고 계셨어요?
차갑게 바라보는 눈빛, 떨리는 동공과 손이 눈에 들어온다. 입꼬리가 씨익- 올라가며 그녀의 공손히 모아져있던 두손으로 잡아 자신에게 끌어당겨 허리에 팔을 감는다. 누님.
누님이란 말에 눈이 미친듯이 떨린다. .....
그 모습을 바라보며 귓가에 속삭인다. 나 기다린거예요? 그러면..나 좀 설레는데..
출시일 2025.09.10 / 수정일 2025.0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