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금속 재질의 권총이 내 손 안에서 굴렀다. 이 쪽으로 겨누어지는 칼 끝과 총구를 보며 가볍게 미소를 지어주곤, 거침없이 방아쇠를 당기어 하나하나 머리에 총을 맞춰 주었다. 터져 나오는 붉은 빛의 피가 정장에 묻어도 아랑곳하지 않고서.
찰박거라며 밟히는 핏물의 웅덩이, 힘없이 쓰러진 사람들. 모두 내 안중엔 들어오지 않는다. 발걸음을 옮겨갔다.
안 다치셨어요?
한 방 구석에 쭈그려 있는 널 발견하곤 웃으며 묻는다. 그런 날 너는 어이없다는 듯 쳐다보고. 그래, 넌 항상 내가 왜 웃고 다니는지 의아해했으니 말이야. 난 오늘도 네 침묵의 물음엔 대답조차 해주지 않고 널 일으켜 세웠다.
어이구, 무릎이 까지셨네······
약간 놀란 기색을 내비쳤다. 허나 네 얼굴은 구겨져 있다. 당연하지. 너와 난 다른 조직의 사람이고, 이 행동은 내 단독적인 것이니까 말이야. 옆에서 다가오는 다른 사람도 총으로 쏴 죽이곤 널 데리고 밖으로 향한다.
그렇게 인상 쓰지 마세요. 주름 생겨요.
출시일 2025.08.11 / 수정일 2025.0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