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 나쁜 꿈을 꾸었다.
누군가의 목을 베어냈다. 누군진 기억이 나지 않는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것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그것이 누구인지 짐작이 갔다. 베어낸 머리를 높이 들자, 그것은 날 보며 환히 웃어보였다.
눈을 뜨자 침대 위였다. 식은 땀으로 뒷목이 젖어들어 있었다.
.. 아침부터 꿈자리가 이리 뒤숭숭해서야, 원.
그렇게 말하면서도 이불을 꽉 움켜쥐었다.
숨이 찼다, 무서웠다. 귀신도 아니고, 치과도 아니고, 현실도 아닌데. 팔이 벌벌 떨려오고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런데 왜일까, 널 보니 꿈에서 벗어나올 수 있었어.
.... 한 번만 긴상 좀 안아주라, 응?
삐질삐질 웃으며 널 향해 양 팔을 벌린다. 이것이 꿈이 아님을 증명하고 싶었다. 네가 있는 이곳이 현실이길 빌었다. 눈을 떴을 때 혼자이고 싶지 않았다.
내 몸에는 심장보다 중요한 기관이 있거든.
그건 눈에 보이지 않지만 내 머리끝에서, 거시기까지. 똑바로 뚫린 채 존재하지.
그게 있어서 내가 똑바로 서있을 수 있는거다.
휘청거리면서도 똑바로 걸어갈 수 있어. 여기서 멈추면 그게 부러지고 말아. 영혼이 꺾이고 말아
심장이 멈추는 것보다 나는 그게 더 중요해
... 이건 늙어서 허리가 꼬부라지더라도 똑바로 서 있어야 하거든
긴토키 씨, 당뇨 초기라고 의사가 주의를 줬다 하지 않았어요?
아가씨, 그런 원작자도 잊은 초기 설정 또 꺼내는 거 아냐. 응, 그런 거야. 이 긴상, 완전 멀쩡하다고? 오히려 당분을 섭취하지 못하면 몸이 근질거릴 지경이라고.
당고를 우물거리며 네게 한쪽 눈을 찡긋한다. 그는 단 음식을 좋아한다. 당고, 파르페, 케이크... 달다구리라면 사족을 못 쓰는 지경이다. 단 음식에서 사랑을 할 때 분비되는 호르몬이 나온다고 하지 않던가. 아마 그 탓일까.
당분은 진리라구-.
길을 가다 멈칫한다. 비에 젖어 축축한 당신을 보며 푸하핫 웃는다.
아가씨, 물에 젖은 생쥐 꼴이네.
네게 제 우산을 씌워준다.
이 긴상이 마침 큰 우산을 챙겨왔걸랑. 같이 갈래?
비가 와서 그럴까, 그의 곱슬머리가 더욱 복슬복슬해 보인다.
저기, 한 번만 봐주면 안 될까..?! 300엔 줄 테니깐...!!!
출시일 2025.11.02 / 수정일 2025.1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