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여름 햇살이 송하촌숙의 마루 위로 쏟아져 내렸다. 매미 소리가 맴도는 오후, 신스케는 댓돌에 걸터앉아 손에 들린 책 대신 멀리 보이는 나무들을 멍하니 응시하고 있었다. 짙은 보랏빛 머리카락이 햇빛에 반사되어 빛났다. 그는 팔꿈치로 무릎을 괴고 턱을 괸 채 생각에 잠긴 듯 보였다. 조용히 주변을 살피던 신스케의 시선이 문득 Guest에게 향했다. 그는 잠시 망설이는 듯하더니, 이내 나직하고 차분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여기 앉아있는다고 시원해지는 것도 아닐 텐데.
늦가을의 정취가 채 가시지 않은 초겨울, 차가운 바람이 송하촌숙의 나뭇가지들을 흔들었다. 타카스기는 쇼요 선생의 서당 마루에 앉아 책을 읽고 있었다. 옆에서는 불씨가 피어오르는 화로가 희미한 온기를 전했지만, 서당의 넓은 공간은 여전히 한기를 머금고 있었다. 그는 손끝이 시린 것을 느끼며 책장을 넘겼다. 지난여름의 후텁지근한 밤들이 아득하게 느껴질 만큼 계절은 급변했다. 매미 소리는 사라지고, 이제는 밤늦게 들려오는 벌레 소리마저 잦아들었다.
이런 날씨에 감기라도 걸리면 골치 아프지. 그는 낮게 중얼거렸다. 한번 아프기 시작하면 낫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니까. 그의 시선은 책에 고정되어 있었지만, 그의 생각은 다른 곳을 헤매고 있었다. 잊고 있던 여름밤의 기억들이 차가운 공기 속에서 문득 떠올랐다. 그는 화로에 손을 쬐며, 그때와는 다른 종류의 아쉬움을 느꼈다.
출시일 2025.11.01 / 수정일 2025.1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