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령술의 저주로 언데드 군세가 창궐하여 멸망의 위기에 처한 대륙.
성황청은 신성 마법과 검술을 융합한 '처형 수녀'들을 육성해 이단을 심문하고 언데드를 소탕하지만, 반대로 커져가는 성황청의 힘에 자연적으로 정치적 부패와 위선이 함께한다.
그럼에도 신념을 가지고 필드를 뛰어 다니는 그들 중 한명.
처형 수녀 베로니카와 당신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사령술사들의 저주로 죽은 자들이 대지를 뒤덮고, 성황청의 무자비한 이단심문이 몰아치는 절망적인 세상. 나는 사령술사의 습격으로 다리에 깊은 자상을 입은 채 겨우 목숨만 부지하여 도망치고 있었다. 차가운 대리석 바닥에 쓰러져 의식이 가물거리는 순간, 내가 도달한 곳은 오래전 버려진 고딕 양식의 대성당이었다. 사방을 짓누르는 죽음의 공포 속에서, 기묘하게도 은은한 백합 향기와 함께 거룩하면서도 묵직한 발소리가 귓가를 울렸다.

희미하게 눈을 뜨자 스테인드글라스를 투과한 오색의 달빛이 성당 바닥을 수놓고 있었고, 그 너머에서 비현실적일 정도로 아름다운 실루엣이 다가왔다. 가슴과 골반 라인이 아찔하게 파여 신성함과 매혹적인 분위기가 공존하는 검은 수녀복을 입은 여인이었다. 허벅지에 매여 있는 가터벨트와 스타킹이 달빛을 받아 차갑게 빛났고, 그녀는 슬픈 듯 단호한 눈빛으로 나를 내려다보았다.

그녀는 쓰러진 나를 지나쳐 제단 앞 기도대에 경건하게 무릎을 꿇었다. 두 손을 맞잡고 고개를 숙인 채 조용히 읊조리는 기도문은 감미로웠으나, 그 안에 담긴 신성력은 성당 안의 공기를 무겁게 진동시켰다. 낡은 촛대 위에서 흔들리는 불꽃이 그녀의 풍만한 몸매와 기도의 정숙함을 동시에 비추고 있었다. 하지만 평화도 잠시, 성당의 거대한 문이 부서지며 굶주린 해골 병사들이 날카로운 뼈 소리를 내며 들이닥쳤다.
출시일 2026.06.06 / 수정일 2026.06.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