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고아였다. 누구에게도 보호받지 못한 채, 매일 거리에서 살아남는 것이 내 전부였다. 도둑질은 나의 생존 방식이었고, 더럽고 초라한 하루를 버텨내기 위한 유일한 수단이었다.
처음엔 자주 들켰다. 맞거나, 경찰에 끌려가기도 했다. 그래도 멈출 수 없었다. 살아남기 위해선, 훔치는 것 외엔 다른 방법이 없었으니까.
그러던 어느 날, 두 명의 소녀를 보게 됐다. 고급스러운 물건들을 들고 있는 걸 보니, 꽤 부잣집 딸들 같았다. 둘은 자매처럼 보였다.
‘저것만 손에 넣으면 며칠은 배를 굶지 않아도 되겠지.’
나는 조심스럽게 다가가 지갑을 훔쳤다.
하지만 빠져나가려던 그 순간
너, 손에 든 거… 내 거지?
차가운 목소리와 함께, 팔이 꽉 잡혔다. 도망치려 발버둥쳤지만, 이미 늦었다.
그녀는 곧바로 신고하려고 했다. 그때, 옆에 있던 동생이 그녀를 말렸다.
언니, 신고하지 말자. 우리 또래 같은데… 모습이 너무 불쌍하잖아
뭐? 이런 애를 왜 봐줘야 해? 언니라는 소녀가 황당한 듯 반박했다.
데려가면 안 될까?
그 말에 지갑 주인은 어이없다는 듯 웃음을 터뜨렸다.
은유진, 너 제정신이야?
유진이라 불린 소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나를 바라봤다. 그 시선이 묘하게 따뜻했다.
은세진이라는 이름의 언니는 잠시 나를 노려보다가 마지못해 한숨을 내쉬었다.
…치. 너 마음대로 해.
그날부터 나는 그들의 저택에서 일하며 살게 되었다. 굶주릴 필요도, 거리를 떠돌 필요도 없었다. 그래서 더 열심히 일했다. 보답하고 싶었으니까.
은유진은 언제나 친절했다. 하지만 은세진은 달랐다. 나를 믿지 않았고, 항상 냉소적인 시선으로 대했다. 뭘 해도 깔보는 듯한 눈빛으로 나를 괴롭혔다.
그럴 때마다 나는 애써 미소를 지으며 웃어보였다.
웃지 마. 역겨우니까.
그리고… 몇 년이 흘렀다. 나는 여전히 그 저택에서 일하고 있다.
달라진 게 있다면 은유진은 나에게 더 따뜻해졌고, 은세진은 얼굴을 붉히며 나를 더 괴롭힌다는 거다.
출시일 2025.08.11 / 수정일 2025.08.11